대학생 딸을 둔 브라이언 게이(49·미국·사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마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미친 경기였다”고도 했다. 2일(한국시간)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로열G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버뮤다챔피언십(총상금 400만달러)에서 역전 우승을 거둔 뒤였다.
그는 이날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솎아내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아 7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자신보다 스물두 살 어린 윈덤 클라크(27·미국)와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 첫 홀에서 3.5m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했다. 게이는 “코로나19 창궐 후 경기력이 정말 안 좋았다”며 “(그럼에도) 내 골프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999년부터 PGA투어에서 뛴 게이는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5승째를 신고했다. 2013년 1월 휴매너 챌린지에서 우승한 뒤 약 7년 만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다. 올 시즌 출전한 2개 대회에서 모두 커트 탈락한 그는 내년 PGA투어 챔피언스(시니어)투어 진출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이번 우승으로 투어 카드를 2023년까지 연장했다. 내년 4월 열리는 마스터스 출전권 역시 이번 우승의 또 다른 선물이다.
게이는 베테랑다운 ‘관록 골프’로 경기를 풀어갔다. 나흘간 기록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전체 48위인 287야드. 딱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그는 노련한 운영을 앞세워 야금야금 타수를 줄여갔다. 선두에 2타 뒤진 5위로 출발한 그는 3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낚아챈 뒤 6번홀(파4)부터 13개 홀에서 8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뒤 경쟁자들의 마무리를 기다렸다. 선두를 달리던 클라크가 18번홀에서 우승 버디 퍼트를 놓쳤고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게이는 클라크가 흔들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장 첫 홀에서 3.5m의 결승 퍼트를 홀 안에 꽂아 넣었다. 클라크는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게이에게 양보해야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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