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1시45분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자택을 나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친이계를 비롯한 측근, 지지자들이 자택 앞에서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신원 확인·형 집행 고지 등의 절차를 거친 뒤 검찰이 제공하는 차를 타고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이송될 예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동부구치소로 재수감되는 것은 지난 2월 25일 서울고법의 구속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후 251일 만이다.
친이계 인사들이 연이어 모습을 비치면서 진보 성향 유튜버들과 일반인 지지자들 간의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진보 성향 유튜버가 대문 앞 의자 위로 올라서 방문객들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하라 전해라. 범죄자 이명박"이라며 "쓰레기들아. 너희가 적폐다"라고 외치자, 한 일반인 지지자는 "이명박 대통령 때가 살기 좋았다. 이명박 만세 화이팅"이라고 응수했다.
진보 성향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름을 대고 들어가라. 마스크를 벗어서 얼굴을 보여라"는 요구와 함께 욕설까지 등장하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중 몇몇이 불쾌감을 표현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방문객은 자신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진보 성향 유튜버를 3초간 노려보다 정문으로 발길을 옮겼고 또 다른 측근은 똑같이 삿대질로 맞서면서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동 예정 시각이었던 오후 1시30분이 가까워질수록 시민들 사이에서의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한 진보 성향 유튜버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정문에 꽂혀있는 태극기를 막대기로 치며 떼버리라고 하자 일반인 지지자는 "뭐 하는 짓이냐. 멀쩡한 태극기를 왜 부러뜨리려 하냐"고 반발했다.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지만 경찰들이 빠르게 상황을 제지하면서 상황은 완화됐다.
그러나 오후 1시30분께 친이계를 비롯한 측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웅길에 나서기 위해 재택 앞에 일렬로 자리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격앙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을 떠나면서는 이날 자리에 참석한 장제원 의원, 김문수 전 지사에게 "대신 사과하라"고 소리치는 이들도 있었다.
장제원 의원은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취재진에게 "오늘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며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그러셨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시민 간의 갈등은 이어졌다. 결국 진보 성향 유튜버들과 지지자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 골목 한쪽이 마비되기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동부구치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2018년 3월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듬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던 곳이다. 그가 동부구치소로 돌아가는 것은 지난 2월 25일 석방 후 251일 만이다.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결수로 지냈던 곳과 같은 크기의 독거실에 수용될 예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앞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 1년간 구치소에 수감된 바 있어 남은 수형기간은 16년 정도다. 사면이나 가석방이 되지 않을 경우 95세인 2036년 형기를 마치게 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했을 경우 대통령에게는 법에 따른 어떤 예우도 제공되지 않는다. 필요한 기간 제공되는 경호와 경비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교정 당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엔 중단된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