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치주는 코로나19 이후 성장주 주도 랠리에 치여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도 최근 플러스로 돌아서며 올라오고 있지만 연초 대비로는 마이너스를 겨우 벗어나 0.87% 수익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4분기 이후 주요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 개선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TIGER우량가치 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9%로 부진하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7%를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신영밸류우선주 펀드도 한 달 수익률이 4.64%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을 크게 앞질렀다.
국내 대표 가치주 펀드도 반등하고 있다. 설정액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는 한 달 수익률이 2.3%를 기록했다. 이 펀드도 연초 대비 마이너스 폭이 컸다가 최근 낙폭을 줄이고 있다. KB밸류포커스, 신한BNPPTopsValue, 한국투자롱텀밸류, 한국밸류10년투자파이오니아 등도 1개월 수익률이 2~3% 수준을 나타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군에서 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데 저평가 종목 강세는 연말에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부터 강하게 조정받은 가치주의 반등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 저평가주의 강세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시장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지게 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시장 전체 이익이 올라가면 오히려 이익 모멘텀이 큰 업종보다 저PER 업종의 강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PER을 낮춰가며 실적을 주도하는 쪽으로 수급이 몰리는 실적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며 “지수 조정은 더 이어지겠지만 내년부터 강력한 중장기 가치주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구간에서도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통제한 아시아 신흥국에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3~6개월 단기적으로 가치주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에 더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당 투자, 대주주 요건 회피로 인한 매물 출회 등 연말 계절적 요인과 금리 상승 가능성도 가치주가 주목받을 요소로 꼽았다. 이경수 연구원은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가 종료되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며 “자산가치보다 저평가된 종목군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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