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中의 추격…사업재편에 사활 건 中企

입력 2020-11-02 17:12   수정 2020-11-03 01:29

산업과 기업의 지형은 빨리 변한다. 그 변화 속도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인터넷과 통신이 대세였지만 이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 친환경 기업이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부문에서, 현대자동차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LG는 배터리사업 부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 덕분에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 기업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견·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변화 흐름을 일찍 감지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전환한 기업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자동차 변속기 제조업체인 서진오토모티브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 남궁철 기술연구소장은 2일 “2015년 10월 17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이날이 회사에 큰 변곡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회사 임직원이 모여 일본 닛산의 신형 전기차를 분해해 보고 충격을 받은 날이었다. 가솔린 차량에서 2만2000개였던 부품은 전기차에선 700개로 줄어 있었다. 특히 이 회사가 생산하는 변속기는 전기차에서 아예 보이지 않았다. 서진오토모티브는 이를 계기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 개발에 매달렸다. 5년여 만에 진동과 소음을 크게 줄인 제품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납품을 시작한다. 2025년엔 회사 매출의 15%를 감속기에서 올릴 계획이다.

다른 중견·중소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폴더블폰 핵심 부품을 개발해 중국 경쟁 업체를 따돌린 파인테크닉스, 수소 충전소 시장에 진출해 정유시장 축소를 극복한 제이케이앤히터, 전기차 모터업체로 거듭나려는 우수AMS 등이 대표적이다.

이홍 중견기업학회장(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은 “한국 주력산업이 중국의 추격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사업구조 개편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얼마나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구조 개편에 성공할지가 향후 한국 경제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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