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원을 운용하는 박학주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CIO·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자본금이 별도로 없는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특성 때문에 절대수익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운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매년 운용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와 달리 자본금이 없고 그간 쌓아놓은 적립금으로만 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안정적인 농축협 예수금 이자 지급을 위해 채권 투자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매해 예치금 평균이율(2021년 1.5% 안팎 예상)보다 0.8~0.9%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달성해야 조합 운영비 등을 포함한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국내 채권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전체 운용자산의 80%를 채권에 할당하고 있다. 국내 채권에 85%, 해외 채권에 15%를 배분한다. 채권을 제외한 두 번째 투자처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대체투자(10%대 초반)다. 나머지 일부를 주식에 투자한다. 그는 “농협의 성격 때문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개념이 자리잡기 전부터 공공성을 중요하게 고려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평소에는 신중한 스타일이지만 때론 승부사 기질도 과감히 발휘하는 편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대응으로 시장이 크게 요동쳤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3~4월 해외채권시장에서 우량 기업과 비우량 기업 채권 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졌을 때 A-와 BBB+ 등급 채권을 1조2000억원가량 사들여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며 “주식시장에서도 거의 바닥에서 사고 손절매는 유보해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지금은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활용해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언젠가 올 ‘유동성 파티의 끝’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본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것이고 이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 Fed가 목표로 하는 실업률에 도달할 때가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조정받을 때”라고 그는 봤다.
박 본부장은 “지금부터 만기 상환되는 채권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유동성 회수 정책에 영향을 덜 받는) 만기가 짧은 쪽에 투자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대체투자 비중을 앞으로 계속 늘릴 계획이다. 지분성 투자를 특히 확대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분산투자로 연평균 10% 중반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김채연/이상은 기자 why2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