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산관리를 금융회사 등에 맡기는 신탁 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국내 은행의 신탁 수탁액은 1년 만에 37조원 이상 늘어나 510조원에 육박했다. 금융소비자들의 눈이 신탁에 쏠리는 이유는 어떻게 운용을 맡기느냐에 따라 저금리 시대를 이겨낼 투자 대안이 될 수도 있고, 생애 주기에 맞춰 재산 증식은 물론 상속까지 매끄럽게 처리할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주요 은행들은 신탁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고 경쟁적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언대용신탁도 대중화됐다. 유언을 대신해 사망 이후 자산을 상속 또는 배분하는 계약을 맺는 상품이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고인의 뜻을 보다 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 기부를 하거나 해외에 거주하는 자식에게도 재산을 물려줄 주는 것도 수월하다.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 중에서도 투자처를 지정한 특정금전신탁이다. 요즘에는 생애주기를 고려한 상품이 많아졌다. 지난달 국민은행은 자산관리부터 상속 등을 모두 해결해주는 종합 신탁 솔루션 ‘KB내생애(愛)신탁’을 내놨다. 평소에는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신탁자에게 주다가 아프면 의료비나 생활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유명한 의사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도 결합됐다. 사후에는 유산 처리도 해준다. 하나은행의 ‘사전증여신탁’은 증여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증여세를 줄이면서 자녀에게 효과적으로 재산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다. 기업은행에서는 상조금을 맡아주는 신탁도 출시했다.
부동산 신탁은 가장 일반적인 재산신탁 가운데 하나다. 땅은 있지만 개발할 돈이 없다거나 운용 경험이 부족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부동산전문신탁회사는 부동산을 운용해 수익을 돌려준다. 신탁 목적에 따라 토지 개발, 담보신탁, 관리신탁, 처분신탁, 분양 관리신탁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신탁은 각종 유동화 상품을 만드는 데도 유용하다. 최근에는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긴 뒤 담보신탁을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해 사고팔 수 있는 핀테크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다. 투자하면 오랜시간 돈이 묶이는 부동산의 단점을 신탁을 통해 보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은 재산을 맡긴 사람의 뜻을 받들어 투명하게 재산을 운용하는 게 큰 장점”이라며 “최근에는 상조와 유언, 부동산 개발뿐만 아니라 이를 통합 관리하는 상품이 증가세”라고 말했다.
박종서/정소람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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