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원투표 유효성 논란에도…민주, 당헌 개정 강행

입력 2020-11-03 17:02   수정 2020-11-04 02:41


더불어민주당이 전 당원 투표의 유효성 논란에도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추천을 위한 당헌 개정을 강행했다. 야권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면피를 위한 당원 투표라며 ‘철면피·무책임 공천’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3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온라인 투표를 통해 당헌 제96조 2항에 대한 개정안을 처리했다. 투표 결과 중앙위원 478명 중 327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316명이 당헌 개정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해당 조항에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전 당원 투표를 시행한다고 발표한 지 5일 만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온라인으로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당헌 개정과 공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했다. 2일 투표 결과(찬성 83.64%, 반대 13.36%)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고, 같은 날 당무위원회 의결을 완료했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에 대한 유효성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당헌·당규상 전 당원 투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전체 당원 3분의 1(33.3%)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번 투표율은 26.35%로 기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논란이 일자 “전 당원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에 (당원) 뜻을 우리가 온라인 투표로 ‘여쭤’ 보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 건에 대한 설명에 나선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은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건을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했다”고 말해 전 당원 투표가 단순히 의견을 묻는 절차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당헌 개정과 투표 유효성 논란에 대해 지도부의 잘못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은 잔인하게 또 강요받은 것밖에 없고 지도부의 책임”이라며 “약속을 깨는 이 상황이 너무나 면구스럽고 죄송스러워 재차 사죄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무공천 당헌이 기본적으로 헌법 원리에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당헌을 만들 때도 논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신동근 최고위원도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 여부는 당원의 총의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당 지도부가 정무적으로 결단하는 영역으로 남겨둬야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며 당헌 자체의 문제를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당헌이 마련된 지 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당에 불리해질 것 같으니까 이제 와서야 잘못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당헌 개정은 스스로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 광고를 해왔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정작 문제가 발생하니까 당헌이 잘못된 것이라며 발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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