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비판한 마윈, 당국에 불려가 질책 당해…민심은 '분노'

입력 2020-11-03 16:04   수정 2020-12-03 00:33


공개 석상에서 중국 금융 당국의 보수적 정책 기조를 작심 비판한 중국 최고 부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결국 당국에 불려가 질책을 받았다. 중국 네티즌은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3일 중국 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외환관리국 4개 기관은 전날 공동으로 앤트그룹을 실질적 통제하는 마윈과 징셴둥 회장, 후샤오밍 총재를 불러 관리·감독과 관련한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웨탄'(豫談)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국가의 통제권이 강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강하게 띤다.

인민은행 등은 마윈 회장 등을 불러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고만 밝힌 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마윈이 최근 도발적인 어조로 금융 당국의 감독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해 중국 경제계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자리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 마윈이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장소에서 당국의 정책 방향을 대놓고 비판하는 대담한 발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금융안정위원회는 지난 1일 회의를 열고 민간 기업의 금융 혁신을 장려한다면서도 금융 위험 방지를 계속 정책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마윈의 발언에 간접적인 답을 내놓았다.

금융안정위원회는 "현재 금융 기술과 금융 혁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반드시 금융 발전과 안정 사이의 관계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며 "혁신을 격려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함과 동시에 감독 관리를 강화해 법에 따라 금융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감독 관리의 영역에 포함해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증권·보험 등 전통적인 감독·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 태동하는 금융 분야인 핀테크 산업의 감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은 분노했지만 당국에 의해 모두 통제됐다. 차이신 공식 계정에는 160여 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당국에 의해 모두 삭제됐다.

그를 우상으로 여기는 일부 중국 청년들이 해당 기사에 분노하는 댓글을 달았고 당국의 검열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마윈의 소환 소식을 전한 또 다른 웨이보 게시물에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불려가냐", "중국이 마윈을 품기엔 너무 그릇이 작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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