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충격을 제외할 때 2020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차 시장의 가속화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유럽 내 판매 급증에 힘입어 241만 대 규모로 증가하고, 전체 자동차 시장 대비 침투율이 처음으로 3%를 웃돌 전망이다. 지금은 국가별 환경 규제와 친환경차 인센티브 정책이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용모델의 확대와 배터리가격 하락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연간 25%씩 성장해 2025년 830만 대(침투율 9.4%)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수익원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해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전기차 시장 내 순위가 8위였으나, 올해 9월 기준으로는 4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기아차의 합산 전기차 출하량은 지난해 14만4000대였으나 2020년에는(9월 기준) 16만8000대로 증가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e-GMP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용 모델들이 다수 출시된다.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관련 부품업체들도 동반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3사와 부품업체들뿐만 아니라 전기차 모터와 BMS 등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열관리시스템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 친환경차 모터를 생산하는 S&T모티브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
수소차 밸류체인의 성장도 기대된다.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 문제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수소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수소차 보급 정책과 완성차 생산 확충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수소차가 지닌 장점을 고려할 때 충전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고 경제성이 높은 상용차 시장에서 먼저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의 수소 승용차인 넥쏘의 출하대수는 2018년 940대에서 지난해 5135대로 446% 증가했다. 2020년 9월 기준 5288대를 기록해 지난해 연간 출하대수를 넘어섰다. 2세대 넥쏘는 2~3년 후 출시된다. 현대차는 2025년 수소차 연간 판매량 11만 대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총 7조6000억원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2022년 4만 대, 2025년 13만 대, 그리고 2030년에는 50만 대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상용차도 2030년까지 글로벌 누적으로 8만 대 이상의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 비단 수소차뿐만 아니라 수소 기반의 다양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과 현대차의 선도적인 모델 출시로 수소차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인 현대모비스, 한온시스템, 세종공업, 동아화성 등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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