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 본사를 둔 명신산업은 글로벌 전기차 1위 업체인 T사에 차체 부품을 공급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명신산업이 지난해 이 업체를 상대로 올린 매출은 2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4배 늘었다.
다음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박봉근 명신산업 대표(사진)는 “글로벌 전기차 업체로부터 수주가 계속 늘고 있다”며 “이 업체 매출 비중은 내년에 50%에 육박하고, 몇 년 뒤에는 7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밀유지조항 탓에 박 대표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한 이 업체는 지난해 명신산업 전체 매출 7757억원 가운데 37%를 차지했다. 나머지 63%는 현대·기아차에서 나왔다. 박 대표는 “차량 경량화가 중요해지면서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차에도 핫스탬핑 차체 부품 적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핫스탬핑은 금속을 900~950℃로 가열해 프레스 성형을 한 뒤 급속 냉각하며 모양을 만드는 공법이다. 강도가 3배가량 늘어나 적은 무게로 더 튼튼한 차체를 만들 수 있다.
명신산업은 코스닥 상장사인 엠에스오토텍 자회사다. 오는 24~25일 수요 예측과 27, 30일 일반 청약을 걸쳐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T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나?
“지금 심원테크 대표를 맡고 있는 이강섭 대표가 2015년 명신산업 영업 담당 대표일 때 추진했다. 무작정 미국 T사로 찾아가 우리가 이런 기술을 갖고 있으니 봐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콧방귀도 안 꼈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 잠깐씩 만나고, T사 최고경영자(CEO)를 붙잡고 얘기하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고 들었다. 2016년에 수주를 확정하고 2017년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T사에 독점 공급하나?
“일부 모델은 독점 공급이다. T사의 중국 현지화 모델에도 우리가 전량 공급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 모델도 수주할 계획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수주 물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핫스탬핑으로 차체 부품을 만드는 회사는 많다. 명신산업은 무엇이 다른가?
“국내에도 핫스탬핑 차체 부품 업체들이 몇 곳 있다. 현대·기아차에도 같이 납품한다. 다만 대부분은 직접 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외국 회사와 기술 제휴한 곳들이다. 명신산업은 가열, 프레스, 냉각, 금형 설계까지 핫스탬핑과 관련한 기술을 다 갖고 있다. 고객에게 맞게 독자적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할 능력이 있다.”
▶현대제철도 현대·기아차에 핫스탬핑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현대제철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협업 관계다. 현대제철 핫스탬핑 설비를 명신산업 손자회사인 심원개발이 위탁 운영한다. 현대제철이 돈을 들여 설비투자를 하고, 생산 기술을 가진 우리가 운영하는 형태다. 명신산업만 놓고 보면 현대·기아차 내 점유율이 16% 정도지만 현대제철 물량을 더하면 실질적인 점유율은 약 75%다.”
▶이번에 공모로 내놓은 주식 가운데 66.7%가 구주 매출이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요구 때문인가?
“명신산업과 FI 모두 윈윈이다. FI들은 빨리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명신산업은 의사결정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주요 주주가 많으면 그만큼 주주 의견을 듣는 데 시간이 걸린다. 주식 분산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도 49.5%에 이르는 FI들의 지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최대 912억원을 공모하는 데 구주 매출이 많아 실제로 명신산업에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최대 304억원 밖에 안 된다. 앞으로 시설 투자 등에 문제없나?
“보통 라인 하나 구성하는데 150억원이 든다. 현재 미국에 핫스탬핑 설비를 깔고 있고, 내년에는 중국에도 설비 투자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까지는 수백억원 정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명신산업이 지난해 3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등 돈을 벌고 있는 만큼 공모로 300억원 정도만 조달해도 투자에 문제는 없다.”
▶일반 자동차 부품업체랑 비교하다 보니 희망 공모가가 다소 낮게 정해진 것 같다.
“일부 주주 사이에선 주관사를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보수적으로 공모가를 정하기로 했다. 지금 높은 공모가를 받는 것보다 상장 후 실적으로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
▶회사 구조가 복잡하다. 미국 사업은 명신산업이 심원으로부터 철판 코일 원자재를 구매해, 이를 가공·생산해 심원테크에 판매하면, 심원테크가 다시 심원미국법인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왜 그런가?
“심원테크는 명신산업의 글로벌 영업을 책임진다. 심원테크가 영업을 해 물량을 수주하면 명신산업이 생산해 심원테크에 공급한다. 이런 구조는 원래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거래를 트면서 부품 코드를 부여받은 게 심원이라 그렇다. 2018년 심원을 물적분할해 심원테크를 만들면서 부품 코드를 심원테크로 넘겼는데, 원재료 매입 업무는 새로운 여신 심사 등으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심원에 남겨두게 됐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의 벤더 관리 정책상 노조가 있는 명신산업과 직접 거래가 어려운 점도 있다. 지배 구조 개편 과정에서 심원테크와 심원미국법인을 명신산업 100% 종속회사로 만들었기 때문에 창출된 부가 빠져나가는 문제는 없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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