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트럼프 당선 바라지만 바이든 될 거라 보는 듯" [전문]

입력 2020-11-04 11:26   수정 2020-11-04 11:28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예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태영호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을 바라지만 바이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주장의 근거에 대해선 "북한은 바이든이 지난달 22일 미국 대선 후보의 마지막 토론에서 김정은에 대해 3차례 '불량배(thug)'라고 불렀지만 지금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바이든의 불량배 언급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친 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맹비난한 것과 대조된다"며 "이번 침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 중 후보였던 트럼프와 바이든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은 북한도 그만큼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당선 돼 '북핵 스몰 딜'을 하면 가장 좋다"면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던 지난 7월 김여정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암시하는 글을 보내고, 10월 중 미국 방문도 계획했다. 현재는 트럼프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의원은 "북한은 새롭게 등장할 미국 행정부가 다시 '전략적 인내' 전략을 쓰더라도 중국의 지원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결국 김정은은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과의 신냉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중국을 이용해 미국이 자신과의 핵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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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의 주간북한동향] 미국 대선, 김정은도 바이든이 당선될 것으로 여기는 듯?

빠르면 내일 오후 미국 선거 결판이 난다. 최근 몇 주간 북한의 반응과 지난 트럼프 대 힐러리 간에 맞붙었던 미국 대선 때 북한의 반응을 보면 북한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을 바라지만 바이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이 지난달 22일 미국 대선 후보 마지막 토론에서 세 차례 김정은에 대해 ‘불량배(thug)’라고 불렀으나 현재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1월 바이든의 불량배 언급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미친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맹비난한 것과 대조된다. 북한은 최고존엄에 대해 모독하면 즉시 반박 성명을 내거나 외교적인 항의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침묵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016년 6월 미국 대선 때 당시 후보였던 트럼프가 유세 기간 중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하면 만나서 핵 협상을 할 용의가 있으며 국빈 만찬은 어려운 대신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이에 북한의 한 고위 관리가 트럼프의 제안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며 서세평 제네바주재 유엔대표부 북한 대사는 “미 대통령선거에 이용하려는 선전 선동일 뿐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북한이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 기간 중 후보였던 트럼프와 바이든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은 북한도 그만큼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트럼프가 당선되어서 북핵 스몰딜이라도 하면 가장 좋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았던 지난 7월 김여정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암시하는 글을 보내고, 10월 미국 방문도 계획했으나 현재는 트럼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바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바이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삼간 채 선거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둘째, 바이든의 대북전략이 전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2탄’으로 흐르지 못하게 견제하고 있다.
북한은 새롭게 등장할 미 행정부에 미국이 다시 전략적 인내 전략으로 나서더라도 중국의 지원을 통해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22일 2년 만에‘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참배하고 중국의 6·25 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였다. 이날 북한 최고지도부도 총출동하였다.
북한은 또한 30일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논평을 통해 중국 시진핑이 23일 6·25 전쟁은 항미원조 전쟁이었다고 한 발언을 옹호하였다. 시진핑 주석도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1주년’ 즈음 축전에 대한 답전으로 “조선동지들과 함께 전통적인 중조 친선 대를 이어 계승 발전시켜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주고” “위원장 동지의 령도밑에 조선인민이 반드시 국가 발전과 건설에 풍만한 성과를 이룩하리라고 믿는다”라는 답전을 보내는 등 조중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높아지는 불만을 누그러뜨리고자 열병식 연설 도중 눈물을 흘리는 등 신격화에서 벗어난 인간적이고 애민적인 지도자를 연출해 왔다. 지금은 연일 80일 전투를 강조하고 있으나 내년 1월에 예정된 새로운 경제개발계획 발표에 앞서 경제적 성과를 내야만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대북전략을 구사하더라도 중국의 도움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결국 김정은은 미국이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과의 신냉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면서 중국을 이용하여 미국이 자신과의 핵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도록 압박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김정은은 바이든 행정부에게 북한과 빠른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10일 열병식 연설에서 “시간은 우리 편에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보이며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였다. 이는 김정은이 역설적으로 북한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이든이 당선되면 북한과 빠르게 핵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그 누구보다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며, 바이든의 당선을 점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김정은의 움직임은 바이든 당선 후 새로운 미 행정부와의 협상을 대비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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