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로 '그놈 목소리' 20초 안에 경고

입력 2020-11-04 17:03   수정 2020-11-05 01:31

“여보세요. 금융 계좌가 도용되셔서요. 대포통장 금융사기 범죄에 연루되셨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20초쯤 뒤 경보음이 울린다. 동시에 화면에는 ‘위험! 보이스피싱범 목소리와 일치’ 팝업이 뜬다. 목소리를 감지해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판별한 것이다.

KT그룹 계열사 후후앤컴퍼니가 개발한 목소리 기반의 ‘인공지능(AI) 성문(목소리 지문) 분석’ 시연 모습이다. 후후앤컴퍼니는 스팸, 보이스피싱 등 알림 서비스 후후를 운영하고 있다. 후후는 다음달 말 AI 성문 분석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다.

이전에도 통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여부를 감지해 알려주는 서비스는 있었다. 보이스피싱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와 문장 등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다. 텍스트를 분석하고 대조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판별 시간이 1분에서 1분30초 정도 소요됐다.

이번에 선보인 AI 성문 분석 서비스는 텍스트 분석에 더해 범인의 목소리 그 자체를 분석한다. 목소리의 파형 등 특성을 분석하는 식이다. 이 덕분에 판별 시간이 20초 내외로 단축된다.

이 서비스에는 KT의 여러 목소리 중 범인의 목소리를 구별해내는 ‘화자식별’, 식별한 목소리를 기존 데이터와 대조해 확인하는 ‘목소리 인증기술’ 등이 적용됐다. 금융감독원이 가지고 있는 1500여 개의 범인 목소리를 AI 엔진에 딥러닝을 통해 학습시켰다. 범인 목소리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감지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도 취한다. 스마트폰 팝업창과 경고음으로 보이스피싱임을 알리고, 보호자 지정을 해놓으면 보호자에게도 알림이 간다. 이상 계좌거래로 파악해 지급 정지까지도 한 번에 이뤄진다. 후후는 현재 부산은행과 보이스피싱 지급 정지와 관련해 협업하고 있다. 추후 금융회사 여덟 곳 이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고객들이 직접 등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흐름을 반영하고 더욱 많은 목소리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준원 후후앤컴퍼니 플랫폼개발그룹장은 “의심 전화에 대한 식별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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