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과 두산그룹 대주주 일가, 두산연강재단, 동대문미래재단 등은 내달 초로 예정된 두산퓨얼셀의 3360억원 규모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 전량을 이달 중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오는 20일 상장 예정인 두산퓨얼셀 신주인수권증서는 26일까지 장내에서 거래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두산과 특수관계인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우선주 포함)은 총 50.31%다. 두산이 가장 많은 16.78%를 들고 있으며, 박정원 회장(4.40%)과 두산연강재단(4.06%) 등이 5% 미만씩 갖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이들이 배정받은 신주물량(501만2391주)은 발행 예정 신주(1000만 주)의 절반이 넘는다.
두산과 특수관계인은 두산퓨얼셀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두산퓨얼셀 지분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는 데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 10명은 지난달 초에도 같은 목적으로 두산퓨얼셀 지분 7.79%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이어 두산연강재단도 지난 3일 같은 방식으로 두산퓨얼셀 지분 3.16%(우선주)를 매각했다.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해 두산퓨얼셀 지분이 담보에서 자유로워져야 두산중공업을 상대로 한 무상증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 13명은 두산중공업에 신성장 동력을 달아주기 위해 다음달까지 이 회사에 두산퓨얼셀 보통주 1276만3557주(우선주 포함 기준 지분율 17.77%)를 증여할 계획이다.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맡은 두산퓨얼셀을 자회사로 편입시켜 두산중공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두산과 특수관계인이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두산중공업은 증여와 함께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될 전망이다. 유상증자와 증여 이후 예상되는 두산중공업의 두산퓨얼셀 지분율은 15.59%로 두산(14.73%)을 근소한 차이로 넘어선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대규모 신주인수권증서가 매물로 나오면서 두산퓨얼셀의 실질 유통주식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주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가 걸리는 우리사주 배정물량(62만6955주) 외에는 모두 주식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두산퓨얼셀의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보유 지분은 2197만4963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0.59%다. 최근 두산그룹 대주주 일가와 두산연강재단의 시간외매매로 유통시장에 풀린 주식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지분 비중은 더욱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성/이현일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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