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론조사업체들은 줄곧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예상해왔다. 미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538)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전역의 바이든 후보 지지율(평균치)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날도 나왔다. 6대 경합주(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도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4일 새벽 2시(한국시간 4일 오후 4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6개 경합주 가운데 애리조나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가 거꾸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여론조사기관들이 샤이 트럼프의 속내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라고 하면 ‘저학력자’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샤이 트럼프가 성향을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같은 실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샤이 트럼프가 여론조사에 솔직히 임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미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샤이 트럼프 때문에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는 주장을 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예측해 화제를 모은 여론조사기관인 트래펄가그룹은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의 민심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업체들이 4년 전의 ‘망신’을 만회하기 위해 샤이 트럼프를 반영하는 등 다각도로 정확성을 높였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에는 선거 1주일 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던 부동층 유권자가 10% 이상이었다. 결국 당시 부동층 상당수가 트럼프를 택하면서 여론조사업체들의 예측이 모조리 빗나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올해는 유권자들이 일찌감치 투표할 후보를 낙점해 막판 부동층이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빗나갔다. 또한 이번에는 샤이 트럼프 반영을 위해 조사 표본에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고학력자 비중을 줄였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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