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군사분계선(MDL)과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어 월남했다가 14시간여만에 우리 군에 발견됐다. 북한 남성의 월남은 지난해 7월31일 북한군 1명이 중부전선 임진강을 통해 귀순한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된 철책의 감지 센서가 아예 작동하지 않거나 '감시 사각지대'가 확인되는 등 군의 경계 감시 허점이 드러났다.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강원도 동부지역 전방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미상 인원 1명을 추적해 오늘 오전 9시50분께 신병을 확보했다.
월남한 북한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7시25분께 고성지역 MDL 이남 남측 GOP 철책을 짚고 넘어서 월남했으며, 이 장면은 군 열상감시장비(TOD)에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찍혔다.
그러나 당시 해상 철책의 철조망 감지센서는 '먹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GOP 전 지역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사람이나 동물이 철책에 닿으면 센서가 울려야 정상이지만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A씨의 월남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에도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A씨의 월남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후 10시14분과 10시22분 등 두 차례 MDL 선상의 북측 지역을 배회하는 장면이 TOD에 찍혔지만 이후에는 관측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지형에 따른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2일 최초 포착 이후 다양한 우발 상황에 대비해 정보 감시 형태를 격상하고 비무장지대(DMZ) 수색, 비상주 GP 병력 투입 등 감시를 강화했다고 설명했지만 다음날 A씨가 철책을 넘는 장면을 포착하기 전까지 약 21시간 동안 어떤 군 장비로도 A씨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동부전선은 아직 수풀이 우거진 상태고, 지형에 따라 사각지대가 다소 있다"면서 "관측 불가 이후 신병 확보가 끝날 때까지 감시경계태세 강화했던 부분을 계속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견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A씨는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자신을 군인이 아닌 '주민'이라고 소개했고, 귀순 의사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군과 국가정보원 등 정부 관계 기관은 A씨를 헬기로 압송해 신원을 확인하고 월남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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