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4 - 핫 컴퍼니] 지놈앤컴퍼니 “암부터 피부질환·자폐증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만들 것”

입력 2020-11-06 13:50   수정 2021-07-11 13:29

<p> ≪이 기사는 11월 06일(13:50)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면역항암 분야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 공동 창업자인 박한수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대형 제약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면역항암(immuno-oncology) 분야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GEN-001’이 핵심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속(genus), 종(species), 균주(strain) 순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같은 종이라도 세부 균주의 효능은 서로 다르다.

GEN-001은 ‘락토코커스 락티스’종의 단일 균주로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 분리 동정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이 균주의 항암효능에 대한 국내 특허도 등록했다. 균주 자체가 항암효능이 있으며, 면역항암제와 병용 시 항암효과가 높아진다는 내용이다.

현재 GEN-001에 대한 국제특허(PCT)도 출원한 상태다. GEN-001은 암환자의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암세포를 제거한다. PD-L1 계열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병용하는 요법으로 독일 머크 및 화이자와 공동으로 GEN-001의 임상 1·1b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인체 내 미생물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어떻게 질병을 치료하는지(기전)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생물 생태계에서 다양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데, 그 경우의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회사는 GEN-001 개발 과정에서 우선 항암효능을 확인한 후, 면역세포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살폈다. 이후 사이토카인(백혈구에서 분비되는 면역조절인자)과 유전자, 대사체가 변화하는 양상을 각각 검토했다. 이 항목들의 모든 경우를 개별적으로 분석해 GEN-001로 인한 면역항암 기전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암환자가 GEN-001을 섭취하면 소화기관을 따라 장에서 활성화되며 대사물질과 결합해 선천 및 후천 면역의 활성화를 돕는다.
후보물질 선별하는 플랫폼 기술 ‘지노클’
지놈앤컴퍼니는 자체 플랫폼 기술 ‘지노클(Genocle)’을 활용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있다. 지노클은 지놈(genome)과 미라클(miracle)의 합성어다. 지놈앤컴퍼니가 발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신약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기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지노클에는 수많은 미생물 생태계 중에서도 유익균, 그중에서도 특정 질환과 연관된 균주를 선별하는 세부 기술들이 적용됐다. 지노클의 균주 선별과정은 총 3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마이크로바이옴 샘플에서 질환과의 연관성을 분석해 후보균주를 1차 선별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8000개가 넘는 마이크로바이옴 임상 샘플을 확보하고 있다. 2단계는 동물실험 및 실험실 수준에서 작용기전을 규명한다. 이를 근거로 2차 후보 균주가 선별된다. 3단계는 2차 선별된 물질을 대상으로 약리독성 평가 등 전임상시험을 진행한다.

3단계 선별단계를 거쳐 최종 신약 후보물질이 선정된다. 샘플이 방대한 만큼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면역항암 분야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항암 분야는 지놈앤컴퍼니가 지향하는 중요한 두 축이자 서로 밀접히 연관된 영역”이라며 “훗날 세계적 대형 제약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함께 새로운 물질을 표적하는 면역관문억제제도 연구하고 있다. 기존 PD-1과 PD-L1 등의 면역관문억제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병용해 최적화된 치료요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FDA 임상 승인
박 대표는 독일 머크·화이자와의 계약과정을 설립 이후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기억했다. 박 대표는 “한국의 이름 모를 회사가 임상을 총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했다”며 “문턱이 닳도록 미국에 가서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과 자료를 제출하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계약 이후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기까지도 준비할 것이 많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미생물과 항암제를 병용하는 것에 대한 선례가 많지 않아 임상시험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어려웠다. 회사는 머크·화이자와 ‘100일 플랜’을 세워 치열하게 논의하고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FDA로부터 GEN-001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FDA에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아시아 최초 기업이 됐다.

지놈앤컴퍼니의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은 피부질환 치료제로 연구 중인 ‘GEN-501’이다.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황색포도상구균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회사는 정상인에서 분리해 개발한 GEN-501을 국소 도포 연고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자폐증 치료제 ‘SB-121’을 신규 파이프라인으로 추가했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 속 락토바실러스 루테리 균주를 활용해 개발된 치료제 후보다. 자폐 증상을 완화하는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한다. 현재 임상 1·1b상 승인을 받고 준비하고 있다.

사이오토는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 ‘ABT’도 가지고 있다. 균주와 균주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가 안정적으로 장 속에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균주의 효능과 체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앞으로 ABT를 자체 후보물질 개발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연내 코스닥 이전상장 추진…코넥스 시총 1위
지놈앤컴퍼니는 현재(10월 23일 종가 기준) 코넥스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10월 29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연내 코스닥 이전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 10%, 코넥스 시가총액 200억 원, 공모 후 기준 시가총액 3000억 원 이상 등의 기준에 해당돼 신속이전상장제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상장 자금을 현재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및 임상시료 생산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신규 파이프라인에 대한 초기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산시설을 구축해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아직 태동기이기 때문에 선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애널리스트 평가

건강기능식품용으로 개발된 3종의 유산균도 상업화를 통한 성과가 나타날 것
by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GEN-001이 항암효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향후 글로벌 임상에서의 진행결과도 기대된다. 건강기능식품용으로 개발된 3종의 유산균도 상업화를 통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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