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타이드 기반의 아토피 치료제를 개발 중인 노바셀테크놀로지의 이태훈 대표와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CIO(최고투자책임자)가 만났다. 주요 파이프라인과 상장 이후의 계획 등에 대해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황만순 상무(이하 황) 이태훈 대표님을 만난 게 벌써 15년쯤 된 거 같아요. 2005년 쯤에 만났으니까요.
이태훈 대표(이하 이) 그렇죠. 그때만 해도 노바셀테크놀로지가 신생회사였죠.
황 그러니까요. 그때도 CEO(최고경영자)였는데, 지금도 CEO예요.(웃음) 왜 이렇게 일찍 창업을 하셨어요?
이 사실 ‘각 잡고’ 창업을 한 건 아니었어요. 굉장히 우연한 기회였어요. 제가 KAIST 1회 졸업생인데 석사와 박사, 박사후 연구원까지 모두 포항공대에서 했거든요. 그리고 포스코의 신사업개발팀에서 근무 중 창업 기회가 왔습니다. 그때 포스코에서 생명공학 쪽으로 투자를 검토하던 때였거든요.
황 1995년쯤이죠. 요즘 SK바이오팜이 한창 ‘핫’한데 사실 이게 갑자기 툭 나온 게 아니거든요. SK를 포함해 LG,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이 바이오에 투자하기 시작한 게 1990년대 중반이잖아요.
이 네, 우리나라 바이오 역사죠. 포스코도 철강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새로운 사업을 찾을 때였어요. 당시 제 지도교수셨던 서판길 당시 포항공대 교수님(현재 한국뇌연구원 원장)과 류성호 교수님이 세포 신호전달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하셨는데, 기업들이 그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황 이따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지금 노바셀테크놀로지의 핵심 펩타이드 물질이 두 교수님과의 연구에서 나온 물질인데요, 왜 두 분이 창업하지 않으시고 이 대표님이?(웃음)
이 당시 한화케미컬에서 저희 실험실에 투자를 할테니 창업하자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두 교수님은 교직과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셨습니다. 그래서 졸업생 중에 관심 있는 박사를 추천해주겠다고 하신 거죠. 그래서 제가 그 기회를 잡게 됐 습니다.
황 덕분에 20년이나 CEO를 하고 계신데, 그 세월을 투자할 만한 물질인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이 하하, 저희 대표 파이프라인인 NCP112는 류성호 교수님이 개발하신 펩타이드 물질인 NCP111을 기술이전으로 가져와 개량한 물질입니다. NCP111은 포르밀화 폴리펩티드 수용체-2(FPR2)에 달라붙어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펩타이드입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아주죠.
1990년대에 정부가 추진한 선도기술개발 사업(G7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류 교수님이 녹십자와 함께 개발한 물질이에요. 그런데 당시 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특허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용도특허만 나중에 등록하고 물질 자체에 대한 특허가 없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서, 여기에 항균작용을 할 수 있도록 펩타이드를 개량해서 NCP112를 개발한 거죠.
황 NCP112가 과도한 면역반응, 즉 자가면역반응을 억제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럼 자가면역 질환은 모두 치료할 수 있는 건가요?
이 저희가 우선적으로 표적하는 적응증은 아토피, 안구건조증, 궤양성 대장염입니다. 공통점이 뭘까요?
황 저는 약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답을 압니다.(웃음) 다 외부에 노출된 부위에서 발생하는 질환들이죠.
이 맞습니다. 대장은 우리 몸 안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외부에 노출된 부분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몸 외부라고 분류합니다. 아토피는 피부에서 발생하고 안구 역시 외부에 노출된 장기죠. 전임상 실험 결과 NCP112는 외부에 노출된 부분에서 발생하는 면역질환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황 그런 점에서 확장성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셀트리온이나 신풍제약 등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시장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요, 비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얼른 상장을 해야겠죠.(웃음) 코로나19의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바이러스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입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치료제가 여기에 속하죠. 또 다른 방향은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반응을 막아주는 치료제입니다. 코로나19 초기에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이 현상이 과도한 면역반응에 의한 겁니다. NCP112도 자가면역반응을 막는 작용기전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거죠.
이 적응증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가장 빠른 건 아토피 치료제입니다. 지난 6월 국내 임상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제출했습니다. 아마 11월쯤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먹거나 맞는 약이 아니라 바르는 약이기 때문에 효과가 빠른 편입니다. 환자에게 4주 정도만 처방하면 돼서 임상시험 진행이 비교적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황 국내 기업들과의 연구협력도 활발한 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NCP112를 안구건조증에 적용하기 위해 휴온스에 기술이전을 계약했잖아요. 그만큼 객관적으로 기술이 검증된 것이라고 볼 수 있나요?
이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가 FPR2를 표적으로 한 파이프라인의 시장성에 대해 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후보물질과 함께 NCP112가 주목할 파이프라인으로 소개됐습니다. 제3자가 객관적으로 이 파이프라인이 시장성 있다고 평가한 거죠.
황 현재 노바셀테크놀로지의 최대주주인 동구바이오제약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저도 제약사에서 일해봐서 압니다만, 제약사들이 조금 보수적인 면이 있잖아요. 개발에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이 동구바이오제약처럼 보수적이지만 탄탄한 회사가 뒤에 있어서 저희는 좀 더 모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굉장히 상호보완적인 관계죠. 투자를 받을 때도 동구바이오제약이 신뢰를 쌓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황 더 끈끈한 관계가 되려면 NCP112가 좀 더 힘을 내야겠는데요.(웃음) 다른 국내 기업과 추가적인 협약을 체결한 건 없으신가요?
이 국내 제약사와 기밀누설방지협약(CDA)을 맺고 연구개발 중인 것도 있습니다. 연구가 잘 마무리되면 물질이전계약(MTA)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FPR2가 신규 타깃이기 때문에 여기에 작용하는 NCP112와 같은 약물은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봐야 더 활발한 기술 이전들이 이뤄질 것 같습니다.
이 황 상무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이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전문 기관에서 기술성 평가를 받아 기술특례 상장을 하는데요, 현재 저희 회사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NCP112의 아토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받아 비임상연구를 완료했습니다. 이 연구 사업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웃음)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기술의 완성도나 기술 인력, 기술우위성 등 기술성 평가의 심사 항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내년 중에는 상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 상장 이후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사실 모든 기업이 상장한 이후가 더 중요한 법인데, 상장까지 온 힘을 다 쓰고 나서 이후 계획이 없는 회사들도 많이 봤거든요.
이 맞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5년 전 개발한 물질이 임상을 통과하고 상장을 하면, 4년 전에 개발한 물질이 또 성과를 내고, 그 돈으로 또 투자를 하는 식으로 기업을 키워나갑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기업들은 계속 여러 가지 물질을 연속해서 발굴하고 개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행히도 NCP112 같은 경우는 계속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는 물질입니다.(웃음)
아토피가 끝나면 안구건조증, 그다음에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계속 적응증을 확장시키는 거죠. 또 하나의 계획은 아토피 개선에 효과가 있는 스킨케어 제품의 출시입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판매를 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도 해보고 있는데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과 함께 제품을 좀 더 보강해서 내놓을 예정입니다.
① NCP112의 큰 강점은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이라는 점이다. 여러 기업이 리간드 물질로 항체를 사용하는데, 펩타이드의 경우 비교적 작은 분자량(약 1200Da)을 가진다. 그만큼 생산비용이 적게 고품질관리가 용이하다. 또한 펩타이드는 분해산물이 아미노산이므로 화합물에 비해 독성이 적고 안전하다.
② 노바셀테크놀로지는 약물 개발과 더불어 전달에 대한 연구를 병행했다. 약물의 전달률은 효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NCP112는 안구건조증은 외용제, 코로나19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는 주사제, 천식은 흡입제 등 다양한 투여 경로를 개발했다. 특히 아토피 치료제의 경우 피부에 바르는 경피 투여제로 개발 중이다. 경피 투여제의 경우 피부 투과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NCP112의 경우 개발 초기부터 투여 경로를 고려해 화학적으로 최적화해 설계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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