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노동계가 재판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신설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대법원의 노동법원 신설 재추진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3월 법원행정처와 법원공무원노동조합 간의 단체협약이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명분은 신속성과 전문성 제고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판사와 법원 공무원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이다.
노사분쟁 해결에 기존 노동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는 게 나을지, 노동법원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될 것이다. 다만 ‘조직 논리’로 보면 고용부 입장에서 노동위원회는 절대 내줄 수 없는 조직이다. 장관급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별개로 하더라도 중노위 상임위원, 사무처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실장급(1급) 자리만 3개다. 여기에 전국 12개 지노위원장 등 국장급 자리도 18개에 달한다. 고위공무원 자리만 놓고 보면 고용부 본부 조직에 맞먹는 수준이다. 대법원이 노동법원 설립을 밀어붙일 경우 고용부의 ‘결사항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노동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조정과 심판 등 한 해 1만30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노동법원이 생기면 조직 자체가 대폭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노무사 간의 직역 갈등 폭발도 우려된다. 대법원은 노동법원 신설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등을 감안해 1심 소송에 한해 노무사도 소송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추진될 경우 변호사들의 집단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노동법원 설립을 두고 ‘철 지난 이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0년대 초에 비해 근로자들의 권리가 크게 신장됐고, 대부분 노사 다툼이 법정으로 가기 전 합의나 조정으로 끝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해고의 적법성 여부 등 법률 판단 사항을 사법부가 아니라 행정부에서 결정하는 문제 등은 논의할 필요도 있다. 노동법원 신설 논의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차원이 아닌, 노사분쟁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건설적 논의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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