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의 증시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8일 빅데이터·AI 분석기업인 바이브컴퍼니(옛 다음소프트)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다음달엔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알체라가 증시에 입성한다. 기업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애자일소다, AI 기술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에 적용한 이삭엔지니어링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업체들도 속속 증시에 입성한다. 가슴 엑스레이, 폐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AI로 분석하는 뷰노는 지난달 거래소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곧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내년 초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루닛과 딥노이드도 조만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업들의 증시 상장은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7월 AI 언어 데이터 구축 및 판매 사업을 하는 플리토를 시작으로 라온피플(AI 비전) 미디어젠(음성인식) 제이엘케이(AI 의료영상 진단) 신테카바이오(AI 기반 신약 개발) 위세아이텍(빅데이터·AI 분석) 솔트룩스(AI 소프트웨어) 등이 뒤를 따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5~10년 전 설립된 곳”이라며 “기술이 무르익고 업체들이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AI 업체들의 IPO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이오주의 침체와 대비돼 IPO 시장의 트렌드가 바이오에서 AI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대부분 바이오 업체였다. 미코바이오메드(159 대 1) 피플바이오(40 대 1) 박셀바이오(94 대 1) 이오플로우(151 대 1) 소마젠(69 대 1) 젠큐릭스(77 대 1) 등이다.
반면 AI 기업인 바이브컴퍼니(1221 대 1) 솔트룩스(528 대 1) 위세아이텍(1106 대 1) 등은 올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제 바이오주 상장은 끝물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기약 없는 신약 대박의 꿈에 지쳐가고 있다”며 “AI도 미래 성장성에 기댄 부분이 크지만 그래도 실체가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해 꾸준히 업력을 쌓은 바이브컴퍼니는 삼성전자, LG전자, 카카오, 신세계, 농심, 신한은행 등 유수의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투자를 늘리면서 3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8년엔 13억원 흑자였다. 위세아이텍도 지난해 매출 197억원과 영업이익 29억원을 냈다.
상장 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진 않았다. 다만 대부분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상장 AI 기업 여덟 곳 중 플리토(공모가 대비 -44.0%)와 미디어젠(-14.6%)을 제외한 여섯 곳이 공모가 대비 수익을 내고 있다. 신테카바이오가 공모가 대비 114.2% 올라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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