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피도는 2018년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국내 최초의 바이오기업이다. 지근억 비피도 대표는 1988년부터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인의 장내 세균에 대해 30년 이상 연구 경험을 쌓아왔다.
지근억 비피도 대표는 1999년 당시 학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마이크로바이옴으로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기 위해 비피도를 창립했다. 지 대표는 “미국 FDA에서 식품안전성 최상위 등급인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인증을 획득한 균주 2종을 보유하고 있다”며 “비피더스균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신장염 개선, 우울증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피더스균은 사람의 장 속에 살고 있는 젖산균의 일종이다. 장 내부의 pH 농도를 산성화하고 장의 연동운동을 활성화는 역할 외에 면역력 개선 역할도 한다. 이 균은 모유를 섭취하는 영아 시기엔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균 가운데 중 60~70%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감소해 노년기엔 0~5% 수준으로 줄어든다. 비피도는 이 균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개발하고 이미 제품을 판매 중이다.
비피더스균은 대장균과 달리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균인 만큼 독성 이슈에서 대장균보다 자유롭다. 하지만 비피더스균은 산소 분자가 존재하면 자라지 않는 ‘편성 혐기성’을 띠고 있다. 산소가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호기성’, 산소가 있든 없든 생존이 가능한 ‘통성 혐기성’을 띠는 대장균과 달리 배양이 더 까다롭다. 비피더스균은 대장균보다 세포벽이 얇아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삽입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파괴되기 쉽다는 한계도 있다.
비피도는 ‘혐기성’과 ‘세포벽이 얇다’는 악조건을 딛고 비피더스균을 통해 표피성장인자(EGF), 신호전달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L-10 등을 생산하고 있다. IL-10은 밀리리터(ml)당 2500나노그램(ng)을 생산할 수 있다.
지 대표는 “1ml당 500ng 생산에 그치는 유럽 경쟁사들보다 생산 수율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 재생 효과가 있는 EGF, 염증 완화 효과가 있는 IL-10 등의 배양액을 마스크팩, 세럼, 클렌저, 선크림 등 화장품 성분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며 “독성 관리가 필요한 보툴리눔톡신을 대신해 주름 개선에 쓰일 수 있는 소재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비피도는 GRAS 인증을 받은 균주를 2종이나 보유하고 있다. 비피더스균의 일종인 BGN4와 BORI다. GRAS 인증은 미국 FDA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물질’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국내 업체 중 최초로 프로바이오틱스로 FDA에서 GRAS 인증을 받았다는 게 지 대표의 설명이다. 이 2개 균을 포함해 AD011 등 3개 균은 FDA로부터 신규 건강보조성분(NDI·New Dietary Ingredient) 인증도 획득했다.
NDI 인증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안전성을 입증받은 물질에 한해 FDA가 인증하는 제도다. 지 대표는 “AD011도 FDA로부터 GRAS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독성 시험은 이미 통과했다”며 “안전성 검사도 마치면 중국에서 영유아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균주로 등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한 연구자 임상을 통해 BGN4 섭취에 따른 유아의 아토피 감소 및 과민성대장증후군 완화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팔레르모대 의대에서 BGN4 등 프로바이오틱스 균 3종을 함유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선 궤양성 대장염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i>비피도는 현재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우선 개발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i>
지난 1월 ATT균이 담긴 치료용·예방용 조성물로 미국 특허도 확보했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에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선 BGN4와 BORI 투여 결과 인지 능력 개선, 우울증 증상 감소 등의 효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항암제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PD-1 면역관문억제제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숙명여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장내 비피더스균이 감소한 경우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가 떨어지는걸 확인했다는 게 지 대표의 설명이다.
지 대표는 “유방암에서 면역관문억제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더 좋은 균을 찾아 동물실험으로 검증을 마쳤다”며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우선 개발해 2022년 임상 1상 신청계획(IND)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피도가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개선용·치료용·예방용 조성물 특허를 취득해 임상으로 가는 필수요건을 만족하면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애널리스트 평가
“프로바이오틱스 기능성 제품제조 및 판매사업에서 치료제로 사업영역 확장 중”
by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비피도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개발 및 생산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이다. 유아의 장에서 발견, 대량 배양에 성공한 BGN4와 BORI 균주를 기반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원말 및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비피도는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치료제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글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사진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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