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의 힘"…美대선서 166만 깜짝표 얻은 조겐슨

입력 2020-11-06 07:48   수정 2020-11-06 07:55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160만 표 이상 득표한 제3의 후보가 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자유당(Libertarian?Party) 소속의 조 조겐슨 후보(63)다. 그는 5일(현지시간) 오후 5시(현지시간) 현재 166만 표를 얻어 득표율 1.2%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조겐슨의 득표율은 1200여 명에 달하는 기타 군소후보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번 대선에서 4위를 기록 중인 녹색당의 호위 호킨스 후보(33만 표)보다는 5~6배 많이 득표했다.

조겐슨은 자유당의 경선 절차를 거쳐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러닝 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는 제러미 스파이크 코언이다.

조겐슨은 1980년 텍사스의 서던메소디스트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IBM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정보기술(IT) 회사인 디지테크 대표를 맡았다. 산업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클렘슨대 심리학과에서 전임강사를 해왔다.

조겐슨은 개인 자유 확대를 지상 목표로 삼는 자유당 이념을 내세워 깜짝 놀랄 만한 득표에 성공했다.

자유당은 작은 정부와 시장 경제, 공정 경쟁을 추구한다. 미군의 해외 파병에 반대한다. 동성 결혼과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한다. 개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 여부도 당연히 개인들이 결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역시 자유 시장에 맡길 것을 요구한다. 온라인 현금 후원을 요청하는 공화당·민주당과 달리 달러 외 비트코인 후원 계좌도 열고 있다.

조겐슨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너무나 비대했는데,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던 트럼프 때 오히려 더 커졌다”며 “해외 파병 군인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부터 정부 기능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 텃밭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하면 기성 정치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2000년 대선 때는 조겐슨과 같은 제3 후보가 승자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 후보가 전국에서 288만 표를 얻었는데, 이 때문에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지 W. 부시 후보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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