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이 직원 1000여명을 다른 회사에 임대하기로 결정하자 대형 통신사와 전자제품 대리점, 슈퍼마켓 체인 같은 민간기업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서로 데려가겠다며 경쟁하고 있다.
ANA와 JAL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를 통해 자사 직원을 다른 회사로 임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자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고육책이다. ANA는 내년 3월까지 약 400명, JAL은 약 500명의 직원을 임대할 계획이다. 객실승무원과 여객 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년에서 2년 정도 임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 양대 항공사의 직원 임대는 '출향'이라는 방식이다. ANA와 JAL의 소속을 유지한 채 상대 기업과 복수의 고용계약을 맺고 새 회사 직원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양쪽 회사와 복수의 고용계약을 맺는 점이 소속은 파견회사인 채로 원청기업으로부터 업무 명령만 받는 파견과의 차이다. 출향 계약 방식에 따라 장기적으로 기존 회사(ANA·JAL)와의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상대 회사로 전직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ANA와 JAL 모두 "임대 직원의 전직은 현 시점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직원 임대 계획을 발표한 이후 두 항공사에 직원을 받아들이겠다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ANA 관계자는 "직원 파견에 대한 문의가 예상보다 많아서 취합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KDDI는 ANA와 JAL 직원들을 오는 12월부터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다카하시 마코토 KDDI 사장은 "직원 육성 등의 측면에서 두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가전제품 대리점인 노지마도 이달 중순부터 내년 봄에 걸쳐 약 100명의 ANA 직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노지마는 임대받은 ANA직원을 콜센터 등에 배치할 계획이다. 노지마 관계자는 "고도의 접객 스킬을 가진 항공사 인재를 받아들이면 기존 종업원의 접객수준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급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조이시이(成城石井)와 인력 전문회사 파소나 등도 비슷한 이유로 항공사 직원을 임대받겠다고 밝혔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항공사 직원 쟁탈전에 가세했다. 사가현, 돗토리현, 미에현 등 지자체 3곳이 이미 ANA 직원 유치의사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돗토리현은 지역 기업에 항공사 직원 확보 위탁업무를 맡길 정도로 적극적이다.
ANA 관계자는 "자사직원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직원들도 파견나간 회사에서 다양한 기술을 갈고 닦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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