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의 바이오 탐구영역] 엘앤씨바이오 “무주공산 중국서 1조 시장 석권할 것”

입력 2020-11-11 09:41   수정 2021-07-11 13:28

<p> ≪이 기사는 11월 11일(09:41)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엘앤씨바이오는 죽은 사람의 피부와 뼈, 연골 등을 가공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재생의료 분야에 속합니다. 기증자의 등에서 뗀 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사업에서 매출 대부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엘앤씨바이오는 설립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설립 5년 만에 피부 이식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엘러간의 자회사 라이프셀을 눌렀습니다. 기술력 덕분이죠. 시가총액도 1조 원 수준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진입 장벽 높은 피부 이식 시장
엘앤씨바이오를 이해하려면 피부 이식 시장의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죽은 사람의 피부를 떼 산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기증자가 넉넉히 확보돼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 피부를 사용합니다. 작년에 이 회사는 22억 원어치 정도를 수입했습니다. 같은 기간 피부 이식 분야 매출액 21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이식된 피부는 미국에서 곧바로 살균 처리한 뒤 냉동 형태로 한국에 넘어옵니다. 피부는 표피와 진피, 지방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회사는 표피와 지방 사이에 있는 진피를 이식재로 사용합니다. ‘메가덤’이란 제품입니다. 피부 이식이라고 해서 인종을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피는 전 인종이 하얀색입니다.

이 회사는 수년간 연구 끝에 진피층을 무세포화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냉동 상태로 받은 피부를 한국 공장에서 무세포화하는 겁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혈관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진피와 관련한 특허만 10개가 넘습니다. 이 피부가 이식 환자의 몸에 들어가면 혈관이 이어지고, 세포도 살아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전자빔 방식의 멸균법을 적용해 안정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피부 이식 매출의 절반은 유방 재건 수술에서 나옵니다. 올해 유방 재건 수술 시장 규모는 250억 원 정도입니다. 이 중 엘앤씨바이오가 120억 원을 판매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작년 피부 이식 시장에서 48%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을 제거한 후 그 안에 보형물을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형물을 감쌀 때 이 회사의 제품이 쓰이는 겁니다. 이 시장은 면역반응 등 부작용을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몸 안에 평생 있어야 하기 때문 이죠. 사람의 몸은 이물질이 들어오면 주변에 피막이 형성됩니다. 일부 회사의 제품은 피막이 딱딱하게 형성되는 ‘구형구축’ 현상 이 나타납니다. 일부는 진피층이 얇아 보형물이 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보형물의 절반을 감싸면 500만 원, 전체를 감싸면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원가는 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외에 화상 재건, 갑상선암 수술 후 재건, 어깨 회전근개 재건 등 각종 재건과 코수술 등에서 피부 이식재가 사용됩니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는 “다른 동물의 피부를 사용하는 것보다 면역반응 등의 측면에서 더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연 1조 원 중국 시장 공략 시작
한국 시장은 1000억 원 수준으로 한계가 분명합니다. 투자 포인트는 중국 시장 공략에 있습니다. 중국은 1조 원, 미국은 6000억 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규모가 큽니다.

중국에선 마땅한 경쟁자도 없습니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먼저 손을 내밀어 합작사를 설립하자고 한 이유입니다. 시장의 성장성과 엘앤씨바이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겁니다.

1995년 중국건설은행과 모건스탠리 등이 함께 세운 CICC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인 레빈 주가 회장을 맡았던 곳입니다. 엘앤씨바이오는 CICC와 중국에 합작회사 설립을 진행 중입니다. CICC가 한국 회사와 합작사를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 회사들은 기술력이 부족해 사실상 무주공산인 시장”이라며 "특히 CICC 관계자 등으로부터 ‘콴시(관계나 인맥을 뜻하는 중국어)’를 잘 형성할 수 있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고 말합니다.

엘앤씨바이오는 CICC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은 후 장고를 거듭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 두 가지 역제안을 했습니다.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위해 월 1000명의 기증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 중국 내 허가 문제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를 말이죠. 이런 단서가 해결된 뒤 지난 8월 최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중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요소가 더 있습니다. 우선 중국에선 피부 이식 재료를 만들 수 있는 제대로 된 회사가 없습니다. 제이야라이프란 베이징 소재 회사가 있긴 하지만 중국 성형외과 의사들 자체가 중국 기업 제품을 크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거부 반응률이 높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반면 한국 기업이나 의사의 성형 기술 등에 대해선 신뢰도가 높죠. 또 중국 현지화 문제입니다. 피부 이식 사업을 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합작법인을 중국 내에 설립하고 허가를 받으면 패스트트랙제도를 통해 1년 안에 허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에서 수입의료기기 국내 생산 제조에 관한 공고를 지난 9월에 바꿨죠. 현지화가 필수 요건인 이유입니다.

또 중국 시장은 판매가격이 한국보다 30% 정도 비쌉니다. 유방 재건 수술을 위해선 한국에선 500만~1000만 원의 매출이 일어나지만 중국에선 650만~1300만 원어치가 팔립니다.
1위 엘러간, 중국 진출 어려워
피부 이식 업계의 절대 강자는 미국 엘러간입니다. 한국에선 2위이지만 미국에선 시장의 75% 정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엘러간의 중국 진출도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론 만만찮습니다.

우선 기증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선 한국의 적십자격인 홍십자를 통해 피부를 가져와야 합니다. 중국 내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인이 무상으로 기증한 피부를 중국에 수출하기도 어렵죠. 미국 내 수요·공급이 거의 균형을 이루는 상황에서 여론 반발이 만만찮을 겁니다.

엘앤씨바이오는 순조롭게 중국 진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L&C BIO CHINA’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CICC가 합작회사의 가치를 약 20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2000만 달러(230억 원 정도)를 투자했습니다. 지분이 10% 정도 되는 겁니다. 엘앤씨바이오는 약 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가 더 늘었습니다.

회사 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중국 1위 임상수탁기관(CRO)인 타이거메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내 인허가를 도울 회사들을 아예 지분 투자자로 참여시킨 겁니다. 허가 후 중국 내 영업을 담당할 제약회사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말 피부 이식재에 대한 중국 내 허가를 신청할 계획입니다. 1년 안에 허가가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종 지분은 엘앤씨바이오가 50.1%, CICC가 10%, 다른 중국 회사와 개인 등이 나머지를 갖게 됩니다. 투자를 받은 자금으로 중국 쿤산 메디컬 파크에 피부, 뼈 연골, 근막, 인대 등 인체조직 피부이식재 공장을 세웁니다. 올 연말 착공입니다. 6개월이면 공사가 끝난다고 합니다. 쿤산 메디컬 파크 규모는 연 매출 1조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장이 지어지고 승인 첫해에 약 3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합니다.

엘앤씨바이오와 CICC 등은 매출이 일어나고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면 합작회사를 중국이나 미국에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다음 목표는 미국 진출입니다. 벌써 재무적 투자자도 나타났습니다. CICC를 비롯해 미국 월가의 자금이 대기 중입니다. 2022년엔 미국 합작사 설립이 진행됩니다.

<i>수년간 연구 끝, 진피층 무세포화 방법 발견하다 엔앨씨바이오는 냉동 상태로 수입한 피부의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한국 공장에서 피부를 무세포화한다. 진피와 관련한 특허만 10개가 넘는다.</i>
연골 이식에서도 차별화
죽은 사람의 연골을 이식하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메가카티’도 허가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는 무릎 연골이 손상되면 인공 관절을 넣거나 줄기세포로 치료합니다. 인공 관절의 경우 10~15년 후엔 다시 바꿔줘야 한다는 점이, 줄기세포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몇 달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메가카티는 무세포화시킨 연골을 환자에게 넣는 겁니다.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데다 사람의 연골이 들어가 부작용이 없습니다. 이미 3000명 정도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과거엔 허가 없이도 가능했는데 경쟁사들이 문제를 삼아 현재는 허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내년 말이면 임상이 끝납니다. 현재 무릎 연골 수술을 할 경우 수술 가격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600만~800만 원 수준입니다. 메가카티는 300만~400만 원에 수술이 가능합니다. 보험이 적용되면 100만 원대로 낮아집니다.

여기에 폐지방을 이용한 치료제도 만들고 있습니다. 지방이 위축되는 대표적인 질환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연관된 지방위축증 환자군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환자의 얼굴 등에 지방이 소실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인데요. 폐지방을 가공해 필러 시술 형태로 주입하는 겁니다.

이 대표는 “기증자의 피부에서 쓸 수 있는 표피와 진피, 지방 중에 지방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엉덩이 등에서 자신의 지방을 떼쓰는 방식보다 후유증도 적고, 비용도 싸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기증자의 피부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엘앤씨바이오가 경쟁 우위를 삼을 수 있죠. 폐지방의 원가가 낮아 영엽이익률이 더 높아질 전망입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인터뷰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 “중국서 독보적 지위 선점, 미국 진출도 내년 본격화”



“1조원 규모 중국 재생 의료 시장에서 당분간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이환철 엘앤씨바이오 대표는 지난달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부 이식 시장 특성상 피부 기증자를 구하고, 판매 허가를 받는데 최소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엘앤씨바이오는 지난 8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과 손을 잡고 합작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CICC로부터 받은 투자금 등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 중국 쿤산 메디컬 파크에 피부, 뼈 연골, 근막, 인대 등 인체조직 피부이식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완공된다.

이 대표는 중국 진출 기업 중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피부 이식재를 만드는 중국 내 기업이 하나 있긴하지만 기술 격차가 아직은 크다”며 “중국에서 한국 성형외과 의사나 제품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도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피부 이식 업계의 1위는 미국 엘러간이다. 이 대표는 “엘러간이 진출하기 전 중국 시장의 점유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허가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중국 내 영향력을 꾸준히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증자의 피부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인데 앨러간의 경우 중국 내에서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도 여론이 좋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엘앤씨바이오는 현재 피부 이식재 판매를 위한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올 하반기 허가 신청서를 내면 1년 내 허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대 표는 “CICC 등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덕분에 허가 기간이 당겨졌다”고 말했다. 내년 중국 진출이 가시화되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도 본격화한다. 이미 CICC 등과 함께 미국 내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중국의 합작 법인은 사업이 안정화되면 중국 또는 미국 시장 상장도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8일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기존 치료가 어려웠던 지방위축증과 지방이영양증 환자 등에게 인체 지방 세포 외기질 필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씨바이오 주요 제품
MegaDerm (메가덤) 기증받은 인체 피부 조직을 무세포화해 가공한 제품이다. 메가덤은 피부이식뿐만 아니라 연부조직 재건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이식 후 자가조직화가 진행된다.
MegaBone (메가본) 미국조직은행연합회(AATB·AmericanAssociation of Tissue Banks) 인증을 받은 인공 뼈. 100% 동종 뼈로 구성돼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다. 골 손상부위의 재생을 촉진하는 성장인자와 기타 단백질, 미네랄 성분이 그대로 보전돼 있어 골전도 능력 및 골유도 능력이 탁월하다.
TissueGen(티슈젠) 무세포동종진피를 미세 분쇄해 만든 제품이다. 인체필수 구성성분인 세포외기질 성분(collagens, elastin, proteins, and proteoglycans)으로 구성, 이식 후 자가조직화가 돼 뛰어난 재생효과를 보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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