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취업준비생의 44%가 외모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설문조사에 참가한 구직자들 중 10명 중 7명이 "좋든 나쁘든 외모 평가는 기분이 나쁘다"면서도 "어쩔수 없이 그냥 참는다"고 했다.
20대 후반 여성 A 씨는 면접관에게 외모 평가, 이른바 '얼평'(얼굴+평가)을 당했다고 분노했다.
A 씨는 최근 이력서를 낸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사옥 출입이 힘들다며 면접관은 퇴근 후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카페에서 면접을 한다는 점은 의심스러웠지만 A 씨는 경력직 채용이었고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면접관은 잘 웃고 밝은 성격의 A 씨를 첫 눈에 마음에 들어했고, A 씨를 뽑겠다는 늬앙스로 말을 했다. A 씨 다음 면접자가 있었는데도 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면접이 끝날 무렵 면접관은 "점심도 안 먹고 면접보러 온 거라 배가 고프다"며 "저녁 안 먹었으면 같이 저녁 먹자"고 제안했다.
A 씨는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앞으로 입사할 회사의 상사라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없어 이 제안에 응했다.
식사 자리에서 A 씨는 크게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다. 학력도 좋지 않다. 대신 '얼굴 예쁘다', '몸매 좋다'는 말을 항상 들어왔다. 농담 삼아 비주얼 빼면 이 세상에 어떻게 살았겠냐고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면접관은 A 씨에게 "참 매력있는 스타일"이라며 "남자는 얼굴만 예쁘고 내성적인 여자보다 평균인 얼굴에 활달한 성격의 여자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고 말한 것이다.
A 씨는 "지금 저더러 얼굴은 평균에 성격이 활발하고 예쁜 편은 아니라는 말이네요?"라고 되물었고 면접관은 마지 못해 "예쁘다"고 했다.
A 씨는 "나름 외모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는데 이런 평가는 처음 들어봐서 기분이 언짢다"라며 "주변 남성들에게 물어보니 왜 기분 나빠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아직 입사 전인데도 면접관은 A 씨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다. A 씨는 이 면접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면접 처음 보냐. 어떤 회사가 저녁에 면접을 보고 식사를 하냐", "기분 나쁜 이유가 면접을 가장한 추파를 던진 것이 아니라 '예쁘다'는 말을 못 들어서냐?", "면접관이 다른 의도를 갖고 접근한 것을 기분 나빠해야 한다", "외모에 대한 인정 욕구를 자극해서 A 씨를 낚으려는 수작", "면접관이 맞는 지부터 확인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구직자의 역량과 관련 없는 스펙을 평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A 씨 뿐만 아니라 많은 구직자들이 채용 시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권위는 여성의 외모를 성적으로 평가하거나 업무와 무관한 사생활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모두 '성희롱'에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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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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