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새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중인 남모씨는 마음이 급하다. 최근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일단 계약은 미뤄놨지만, 주변 전셋값과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2018년만 하더라도 새 아파트의 전셋값은 4억원초반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6억원까지 뛰었고, 그나마도 매물이 없는 상태다.
남씨는 거주요건 2년을 최근에 채우면서 나오는 아파트에 청약을 넣고 있지만, 결혼 전 잠시 보유한 주택때문에 무주택 기간이 짧다보니 가점도 낮다. 최근에 수원에서 나온 아파트들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6억원을 넘어서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수원은 투기과열지구로 대출비율도 적다. 결국 그는 추첨인데다 대출도 더 많이되는 화성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와 용인시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되면서 화성시와 같이 규제가 덜한 곳에서 내 집 마련을 알아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2일 기준) 수원의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들어 16.86% 상승했고, 전셋값은 12.10% 올랐다. 남씨와 같이 가점이 낮은 세입자들이 따라잡기에는 벅찬 수준이 됐다.
지난 9월 영통구 원천동 일원에서 분양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 역시 927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1만4079건이 접수, 평균 15.1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최근 망포동에서 분양한 '영통 롯데캐슬 엘클래스' 역시 694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1만7496건이 몰려 평균 25.2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최고 경쟁률은 113.62대 1로, 추첨이 포함된 전용면적 107㎡A에서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망포동 힐스테이트 영통(2140가구)은 전용 84㎡가 지난달 9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또 경신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매매가가 6억7200만~7억4500만원에 분포됐다. 하지만 수도권 풍선효과에 힘입어 1년 만에 2억원 이상 집값이 오르게 됐다. 입주 4년 차인 이 아파트는 현재 매매와 전세물건 모두 없는 상태다.
그나마 매물이 있는 영통아이파크캐슬 1단지(1783가구)는 지난달 9억1500만원에 매매돼 일대에서 두번째로 9억원을 돌파했다.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은 호가가 9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른바 영통권 새 아파트들의 가격은 8억원대가 기본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씨와 같은 수요자들은 주변도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수원과 인접한 화성시나 오산시의 아파트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성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청약에서 추첨분도 있는데다 대출도 상대적으로 더 받을 수 있다. 더군다다 수원시 영통구 일대에는 화성시와 길 하나 차이로 붙어 있다. 거리는 지척인데 새 아파트에 비해 수억원은 싼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실수요자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화성시 반정동 621-87번지 일원에 짓는 ‘반정 아이파크 캐슬'도 이러한 경우다. 4단지(986가구)와 5단지(1378가구)에 동시에 공급되며, 동시 청약이 가능한 아파트다.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으로 5억6800만원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난달 공급했던 영통 롯데캐슬 엘클래스의 같은 면적 분양가(6억원) 보다 3000만원가량 낮다. 실제 이 두 아파트는 지난해 7월 관할구역 면적교환을 통해 지역이 조정됐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필지를 맞교환하면서 행정구역이 변경됐다. 그 정도로 인접한 구역이다.
화성시 아파트는 조정대상지역이다보니 청약에서 전용 84㎡이하도 추첨분이 25% 배정된다. 1순위 우선공급 기준에서 거주의무기간도 없다. 모집공고인 기준 화성시에만 살면 1순위가 된다. 재당첨 제한기간도 7년으로 투기과열지구(10년) 보다 짧다. 중도금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50%까지 가능하다. 오는 17일 1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화성시 동탄2신도시 집값이 10억원(전용 84㎡)을 넘어서고, 망포동 일대 집값도 10억원대에 임박하면서 반값에 가까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청약자들이 늘었다"며 "최근에는 전셋값도 오르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분양을 받겠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병점, 반월지역에서의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한 여파는 국철 1호선을 따라 오산까지 번지고 있다. 화성시 능동 서동탄역 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5억6300만원에 매매됐다. 매물호가의 최고가는 6억원에 달한다. 2018년 입주당시 2억원초반대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곳이지만, 지난 7월 3억300만원의 계약을 끝으로 아예 매물이 없다. 내년 3월 입주를 앞둔 병점역아이파크캐슬(2666가구)의 분양권은 지난 30일 6억2357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대비 2억5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은 수준이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오래된 아파트는 깡통전세 수준이고 새 아파트값은 너무 올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병점동 A공인중개사는 "오래된 주공 아파트는 전셋값이 오르면서 깡통전세가 우려될 정도가 됐다"며 "예전처럼 새 아파트에서 전세가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다 싼 전세도 없다보니 오산 쪽으로 나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작에 집을 사거나 분양받은 분들은 다행인데 세입자들이 수원→화성 →오산 등으로 밀려나는 걸 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분위기에 화성시의 외곽에 자리한 택지지구인 봉담2지구나 남양뉴타운에서는 연이어 완판(완전판매) 소식이 들리고 있다. 중흥건설그룹 중흥토건이 지난 8월 공급한 ‘봉담2지구 중흥S-클래스 2차'는 1블록(1050가구), 4블록(824가구)은 계약이 완료됐다. 3.3㎡당 분양가는 1090만~1100만원대였다. 남양뉴타운에서는 'e편한세상 남양뉴타운'이 공공분양으로 3.3㎡당 1020만원에 공급돼 지역수요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달에는 시티건설이 '화성 남양 시티프라디움 4차’(556가구)를 공급한다.
수원·화성=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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