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세포의 cell+북두칠성 triones…바이오시밀러 시장 '길잡이'가 되다

입력 2020-11-06 16:57   수정 2020-11-07 01:33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국내 바이오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전 산업으로 넓혀도 작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롯데 LG GS 등 여섯 곳에 그친다. 1999년 대우자동차를 나와 직원 6명이 함께 창업한 이름 없는 회사 셀트리온(당시 넥솔)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 바이오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지 약 20년 만에 일군 성과다.

셀트리온이라는 사명(社名)엔 한국 바이오산업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창업 초기 포부가 담겨 있다. 셀트리온의 ‘셀’은 모든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뜻하는 cell(셀)을 말한다. ‘트리온’은 길잡이 별로 알려진 북두칠성의 영단어 triones(트리온스)에서 유래됐다. 사명처럼 셀트리온은 전 세계 바이오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처음으로 만든 회사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건 2000년이다. LG화학 출신 등을 주축으로 국내 바이오 벤처회사들이 막 설립될 당시였다.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산업 메카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루크 블럼버그 박사와 토머스 메리건 스탠퍼드대 에이즈연구소장 등을 만나며 바이오시밀러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접한다.

2005년 서 회장은 바이오 의약품 수탁생산(CMO) 사업 대신 바이오시밀러에 ‘올인’하기로 결정한다. “남의 것보다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후 7년 만인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자가면역 치료제 ‘램시마’를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현재 셀트리온의 매출은 대부분 바이오시밀러에서 나온다. 셀트리온 이전 회사들은 바이오시밀러 사업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이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 비용이 높아져 경쟁력을 지니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효능과 안전성이 보장돼 개발 확률이 높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의약품 용량 등을 정하는 임상 2상이 면제된다는 것도 고려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어렵사리 헤쳐온 셀트리온은 끝내 창업 초기 포부처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길잡이가 됐다. 업계에선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1위가 된 셀트리온의 성공을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 이스라엘 테바에 견주기도 한다. 바이오 의약품 시장 규모와 기술력 측면에서 화학식을 그대로 복제해 만드는 제네릭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램시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 출시돼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시 5년 만인 2017년 유럽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한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를 앞질렀다. 이후에도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램시마SC가 대표적이다. 인플릭시맙 성분의 약물 중 유일한 피하주사 제형이다. 병원을 찾아 1~2시간 동안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 제형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유럽 시장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신약으로 인정받고 있다.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존슨앤드존슨은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제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데 실패했다. 셀트리온은 2038년까지 특허를 보유한다. 셀트리온은 이 제품이 2022년 연 매출 1조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든 한국 최초 제약바이오기업이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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