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로 심근경색 조기진단…더 섬세해진 바이오센서 나왔다

입력 2020-11-06 17:26   수정 2020-11-06 23:52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산소와 영양분 공급 부족으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의 인자를 가진 중장년층에게서 갑자기 발생한다. 골든타임 내에 신속한 응급조치를 하기 위해선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바이오센서팀이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심근경색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발표했다.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땐 초기에 나타나는 바이오마커가 있다. 바이오마커는 체내 이상 징후를 알아낼 수 있는 DNA, 단백질, 항원·항체 반응 등을 말한다.

심혈관계 이상이 발생하면 바이오마커 30여 종이 혈액에 나타난다. 통상 극미량의 바이오마커는 별도의 신호 증폭 과정을 거쳐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세척 공정도 필수적이다. 증폭을 위해 촉매(2차 항체 등)를 넣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다량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형 병원에서 사용 중인 심근경색 조기진단 장비인 패스패스트가 이런 원리(증폭·세척)로 작동한다.

표준연은 심근경색 발병 초기에 발견되는 바이오마커 트로포닌을 별도의 증폭과 세척 없이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트로포닌은 혈액 내 농도가 1조분의 1몰 이하 극미량이어서 관찰이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의 범용 기술인 ‘실리콘 기반 타원편광 계측’을 활용했다. 시료(혈청)를 실리콘 기판에 올려놓은 뒤 레이저를 특정한 각도로 발사해 트로포닌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평평한 운동장(혈청)에 축구공(트로포닌) 수십 개가 떨어졌을 때, 축구공 부피를 고려하면 이 운동장 바닥의 평균 높이가 증가하는데 이를 감지한다고 보면 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트로포닌 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실리콘 센서 칩 표면의 두께 변화만을 측정하는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DMS에 이 기술을 이전했다. 치매 조기 진단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혈액 기반 치매 진단 기술로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피플바이오와 비슷하다. 그동안 치매 진단은 뇌척수액을 뽑아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또는 타우 단백질을 검출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표준연의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복지·의료ICT(정보통신기술)연구단은 가정용 전자레인지 크기의 심혈관 질환 신속진단장비인 카디오블루를 최근 선보였다. 심혈관 질환 발생 시 증가하는 CRP, D-다이머, CK-MB 등 다섯 가지 바이오마커를 검출한다. ETRI 관계자는 “1㎎의 혈액으로 3분 안에 바이오마커 측정이 가능하다”며 “동일 샘플(혈액) 연속 측정 시 측정값의 편차가 3.4%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진단기기는 대형병원용으로 부피가 크고 비쌌으나 카디오블루는 보건소, 중소병원, 요양병원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TRI는 카디오블루 관련 특허 10여 건을 국내외에 출원했으며 바이오·진단기기업체 등에 기술 이전을 준비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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