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경방이 최대 출자자인 사모펀드 ‘에이치와이케이제1호’는 지난 5일 마무리된 한진의 1083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23만2177주를 획득했다. 초과 청약을 통해 배정물량(22만7745주)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며 보유 주식을 123만490주에서 146만2667주로 늘렸다.
경방은 올해 3월 한진 지분 3.4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빠른 속도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어느덧 지분율을 9.79%로 높이며 한진칼(24.16%)에 이어 한진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빠져나간 자리를 경방이 꿰찼다. 지난해 말까지 한진 지분 10.17%를 들고 있던 KCGI는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올 들어 한진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경방은 한진 주식을 사 모으는 것에 대해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보유 주식 전량을 사모펀드를 통해 거느리는 식으로 소유 구조를 바꾸면서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경방은 지난달 15일 김담 사장과 에나에스테이트, 빌링앤네트워크솔루션즈, 이매진 등 계열사들의 물량까지 합해 보유 중인 한진 주식 전량을 시간외매매로 에이치와이케이제1호로 넘겼다. 이 펀드는 한우제 전 한화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지난 3월 세운 에이치와이케이파트너스가 만든 것으로 경방으로부터 총 900억원을 출자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주식 투자라면 굳이 사모펀드를 만들어가면서까지 구조를 복잡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물류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손을 잡아 한진의 경영권을 노리거나 해당 기업에 한진 지분을 비싸게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방이 공격적으로 한진 지분을 늘리자 한진칼도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한진칼은 한진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신주인수권증서를 대거 매입한 데 이어 청약에서도 배정물량 이상의 신주를 사들이며 종전(23.62%)보다 지분율을 높였다. 현재 한진칼의 우호 세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0.03%), 정식인하학원(3.18%) 등 특수관계인과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GS홈쇼핑(6.62%) 정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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