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대로 편편에 연인이 등장한다.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연인생활소설에 가깝다. 실패했거나 실패가 예감되는 연인들이 주로 등장한다. 두 남녀 관계에서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도 인상적이지만 그들이 겪는 생활 밀착적인 풍경이 현실성을 증폭시킨다. 최근 현대소설에서 나타나는 난해한 문장들 대신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30대 생활인들의 삶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중심으로 연인 관계의 시작과 지속, 끝 그리고 끝 이후까지 이야기들을 간결한 문체로 표현했다.
이 가운데 과거 연인이 있었던 화자를 내세운 ‘우리들’, 현재 연인인 주인공들이 나오는 ‘내일의 연인들’, 곧 연인을 잃을 인물들이 등장하는 ‘더 인간적인 말’ 등 세 소설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 작가는 이들 소설 속 화자 앞에 나타나는 ‘다른 연인’들을 통해 성숙한 삶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사랑이라고 부르는 감정이 가진 모호하고 헝클어진 측면을 품어내며 인간과 관계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세 작품을 두고 ‘인생독본 삼부작’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모두 자신의 미성숙을 인지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삶의 스승을 찾아내는 이야기라는 이유에서다. 신 평론가는 “성숙해지려는 마음은 차가울 수 없기에 정 작가 소설은 결코 차갑지 않다”며 “소설은 우리를 조금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중요한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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