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삼촌 같은 '엉클 조'…애절한 가족사 딛고 최고령 백악관 입성

입력 2020-11-08 17:10   수정 2020-11-16 15:1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별명은 ‘엉클 조(Uncle Joe)’다. 이웃집 삼촌 같은 인간적인 면모와 온건주의, 미국적인 가치를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모든 면에서 ‘각’을 세우며 승리했다. 세 차례 대권 도전 끝에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화려한 정치 이력과 풍부한 국정 경험, 대중 인지도의 삼박자를 갖춘 노련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흙수저 출신 최연소 상원의원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3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중고차 영업사원, 어머니는 전업주부였다. 백인 중 소수인 아일랜드계다. 아버지가 자주 실직해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다. 델라웨어대와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나와 1969년 변호사가 된 그는 1970년 카운티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공화당 현역 거물을 꺾고 당선됐다. 당시 최연소 상원의원 기록을 세웠다. 이후 내리 6선에 성공하며 전국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외교위원장, 법사위원장 등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8년간 부통령을 맡았다. 1988년과 2008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8년 경선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나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본선을 함께 치렀다.
협상 능한 중도 실용주의자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진보·여성·유색인종’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이념에 중도 성향까지 갖춘 점이 이번 대선 때 부동층 공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정치생활 동안 ‘최고 치유자(Healer-in-Chief)’를 추구하는 등 협상에 능한 중도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왔다.

부통령 시절 주요 법안 통과를 위한 공화당과의 협상은 그의 몫이었다. 당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2009년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을 통과시키고 2011년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증액시키는 공화당과의 초당적 합의에 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은 “바이든이 타결의 열쇠였다”고 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록판에 없는 수많은 일을 하는 농구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애절한 가족사, 미국인 공감 얻어
애절한 가족사도 이번 대선에서 미국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197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한 달 뒤 교통사고로 부인과 13개월 된 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입원했다. 충격으로 의원직 사퇴까지 고려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이듬해 아들의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후 30여 년간 암트랙(미국 철도)을 타고 워싱턴DC와 델라웨어 윌밍턴을 오가며 출퇴근했다. 왕복 350㎞, 3시간 반 거리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열차 직원을 ‘가족’으로 부를 만큼 서민적이었으며 장기간 통근 덕분에 델라웨어에서 다선 의원직을 유지하며 정치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2015년 5월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이던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숨지는 불운이 또 닥쳤다. 바이든은 이런 고통을 이겨내고 공감 능력과 친화력을 앞세워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NYT는 평가했다.

약점도 있다. 고령인 데다 1988년 두 차례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으며 말실수와 기억력 둔화 증세를 보인다.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둘째 아들 헌터는 ‘아픈 손가락’이다. 부통령 시절 헌터가 우크라이나 회사에 채용된 뒤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바이든은 이를 모른 채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다는 내용의 로비 스캔들이 불거졌다. 부적절한 신체접촉에 대한 여성들의 ‘미투’ 폭로도 잇따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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