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주 "변덕스러운 女心, 그게 내 바이올린"

입력 2020-11-09 17:21   수정 2020-11-10 00:46

작곡가들에게 바이올린은 묘한 악기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는 발레극 ‘백조의 호수’ 중 낭만적인 장면 모두를 바이올린 독주로 풀어냈다. 매혹적인 여성을 가냘픈 떨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카미유 생상스는 ‘악녀’로 바라봤다. 생상스는 ‘죽음의 무도’에서 묘지 앞에서 춤추는 마녀를 바이올린 선율로 옮겼다.

가녀린 여성부터 악녀까지. 바이올린이 지닌 매력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사진)가 새 음반으로 선보였다. 지난 6일 발매한 ‘변덕스러운 여자’(La Capricieuse)를 통해서다. 음반 명도 에드워드 엘가가 쓴 ‘변덕스러운 여자’에서 따왔다.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진주는 새 음반을 이렇게 설명했다. “바이올린으로 낼 수 있는 모든 음색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주하고 싶은 곡들이기도 했어요. 저도 변덕이 심한 성격이라서요.”

음반에는 엘가를 비롯해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의 ‘스케르초 타란텔라’, 에데 폴디니의 ‘춤추는 인형’, 외젠 이자이의 ‘생상스 왈츠 형식의 에튀드에 의한 카프리스’ 등 19세기 낭만파 작곡가 10명의 곡이 담겼다. 일반적으로 연주자들은 작곡가 3~4명을 골라 레퍼토리를 꾸린다. 10명이나 선택한 건 이례적이다. 조진주는 ‘다양성’을 선곡 이유로 들었다. “강렬한 속주와 음의 높낮이가 극적으로 변하는 곡들로 기교를 선보이려고 했습니다. 세자르 프랑크의 소나타처럼 중후한 곡도 넣었어요. 바이올린 색채를 다 넣으려고 했죠.”

조진주는 2006년 17세 나이로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2014년에는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인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콩쿠르 여왕’으로 등극했지만 재임 기간은 짧았다.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 후 3개월 만에 더 이상 콩쿠르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음악가로서 도약을 꿈꿔서다.

콩쿠르 중단 이후 자신의 음악 세계를 표현한 첫 음반이다. 기획부터 녹음까지 직접 맡았다. 2006년과 2018년에 냈던 음반은 전부 콩쿠르 주최 측에 위촉받아 발매했다. 곡 선정도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 “10명 작곡가 모두 악보에 지시문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모호한 주문이 많죠. 후대 연주자가 해석하기 나름이죠. 최대한 육감적인 선율을 내려고 했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 추억을 반추하게끔 연주했고, 감상이 끊기지 않도록 ‘현장감’을 살리려고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음반이지만 공연장에서 감상하듯 현장성을 전하고 싶었어요. 편집을 최소화한 ‘원 테이크’ 연주를 음반에 실으려고 했습니다. 바이올린 민낯을 드러내려고 카덴차(즉흥연주)도 주저하지 않았죠. 악보에 적힌 대로 켜면 음악이 다 똑같이 들리잖아요.”

무대에도 적극 나선다. 오는 14일 서울 압구정 ‘오드포트’에서 열리는 독주회를 시작으로 이어 다음달 19일까지 대구, 천안, 통영 등 전국을 돌며 여섯 차례에 걸쳐 공연을 펼친다. 21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기획한 ‘엘 토요 콘서트’에서 이자이의 명곡과 앨범에 담지 못했던 에르네스트 쇼송의 ‘바이올린과 현악 4중주를 위한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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