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은 해운…조선도 살아난다

입력 2020-11-09 17:10   수정 2020-11-1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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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클(대호황)은 다시 오기 어렵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바닥은 없다’ 황금기를 지나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내 조선업 현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조선’의 선행지표인 ‘해운’이 살아나자 조선주가 긴 침묵을 깨고 꿈틀대고 있다. 특히 내년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올해에 비해 7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다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선박 대란 당분간 이어질 듯”
9일 HMM(옛 현대상선) 주가는 16.10%(1650원) 급등한 1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0% 넘게 뛰었다. 올 하반기를 시작하며 HMM에 베팅했다면 수익률은 150%에 달한다.

‘불황형 흑자 구간’을 지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1664.56까지 치솟았다.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미주 노선에 이어 유럽, 싱가포르 노선 운임까지 뛰고 있다. 덕분에 HMM 주가는 2016년 7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은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계의 지난 10년을 보상받는 호황”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해운업계는 ‘치킨게임’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세계 해운회사가 호황기 때 발주해놓은 컨테이너선이 골칫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배를 운항할수록 손해를 봤고 친환경선박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노후선박들을 처분하기 바빴다. 하지만 이후 배가 부족한 선박 대란이 벌어졌다. 업계에선 단기간에 그칠 ‘불황형 흑자’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바이든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동안 악화됐던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다자 무역 확대에 대한 의지를 밝힌 덕분이다. 업계에선 물동량이 살아날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나온다. 최 연구원은 “컨테이너선 시황은 2021년까지 계속 좋아질 전망”이라며 “꼬여버린 컨테이너선 수급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바닥 친 조선…진짜 살아날까?
조선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해운업계가 바닥을 딛고 올라서자 그 여파가 조선 관련주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은 이날 8.69%(7200원) 오른 9만100원에 마감됐다. 대우조선해양(5.53%) 삼성중공업(8.32%)도 간만에 큰폭으로 주가가 올랐다. 컨테이너선 부족 현상의 직접적 수혜를 보지 않는 현대미포조선도 13.09% 급등했다.

10년 전 같은 슈퍼사이클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당장 내년 시장 전망은 올해보다 낫다는 평가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예상 규모는 773척 수준이다. 올해 예상 발주량(585척)보다 30%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물류 대란 여파로 특히 컨테이너선(109척→187척), 벌크선(185척→250척)의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2017년 한 해 1000척이 넘는 선박이 발주됐던 것에 비해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발주를 미뤄오던 선주들이 올 4분기부터는 조금씩 발주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 2분기부터 살아난 업황이 지표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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