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겸 서경배과학재단 이사장(사진)은 지난 7일 열린 ‘제1회 서경배과학재단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2016년 서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심포지엄은 2017년 시작한 과학자 지원 연구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공유하고 연구 방향 등을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때로는 뜻하는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성과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을 격려했다. 이어 “생명과학 연구자들의 연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동반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의 어려움을 공감한다고도 했다. 그는 “여행에서는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도 여러 변수를 마주하며 완전히 다른 곳에 도착하거나, 즉흥적으로 향한 곳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며 “당장의 결과에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없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연구를 우직하게 개척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재단 설립 당시 고(故) 서성환 선대 회장의 가르침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과학과 기술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세계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우주 소년 아톰’을 좋아하기도 한 그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과학의 힘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서 회장은 “1991년 파업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입사해서 처음 한 일이 1992년 경기 용인의 태평양종합기술연구소를 신축한 것”이라며 “이후 과학의 힘을 통해 회사가 다시 일어서게 됐고, 이로 인해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고 소개했다.
서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팔아 3000억원을 출연,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재단이 100년 이상 갈 수 있도록 출연금을 꾸준히 늘려 1조원 수준으로 키우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포지엄에는 기조연설을 맡은 고규영 KAIST 교수, 강봉균 서울대 교수 등 생명과학 분야 석학 40여 명이 참석했다. 해외 체류 중인 김도훈 매사추세츠의대 교수 등 신진 과학자와 소속 학생 및 초청자 100여 명은 웹엑스와 유튜브를 통해 참여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17명의 생명과학 분야 신진 과학자를 선정했다. 1인당 매년 최대 5억원씩 5년 동안 지원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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