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생산 품목에 따라 업체별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LG화학 등 응용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초호황을 누리는 반면 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초 원료를 만드는 업체는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산업 트렌드다.
프로필렌 제품군에서도 ‘기초소재 가격 하락, 응용소재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났다. 필름 등의 소재가 되는 폴리프로필렌(PP)이 7.5% 상승한 반면 프로필렌은 되레 가격이 1.1% 떨어졌다. 이밖에 가전에 많이 들어가는 ABS와 자동차 타이어 소재인 합성고무(SBR) 등 응용소재 제품 가격도 각각 8.5%, 17.2% 급등했다.
화학업계는 이 같은 가격 변동을 이례적으로 본다. 과거엔 대체로 시차를 두고 비슷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도 대조를 이뤘다. 에틸렌 등 기초 제품 생산을 주로 하는 롯데케미칼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938억원. 전년 동기 대비 38.4% 감소했다. 대한유화 영업이익도 3분기 3.8% 느는 데 그쳤다. 기초소재 가격이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원료를 받아서 쓰는 금호석유 효성티앤씨 등은 급격한 실적 개선을 보였다. LG화학은 기초소재와 응용소재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응용소재 부문에 특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ABS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위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내년에 계획된 추가 증설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그런데도 공급과잉 우려는 여전하다. 나프타를 공급했던 정유사들이 장사가 안 되자 대거 화학업계로 진출하고 있는 영향이다. 국내에선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기초 화학소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들 공장은 나프타를 분해하는 시설이어서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등 기초 화학제품을 쏟아낼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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