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세대(5G) 이동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여러 산업 분야에 5G망을 접목하는 ‘5G 버티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대표적이다. 5G망을 공장에 적용하면 무인 로봇을 지연 없이 조종하거나 원격으로 생산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생산성과 편의성을 모두 높일 수 있어 제조업 혁신이 가능해진다.
CDMA, LTE 등 이동통신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해 한국을 통신 강국으로 이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다양한 5G 버티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4㎓ 이상 초고주파 대역은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의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직진성이 강해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5G에선 더 많은 스몰셀이 필요하다. 낮은 송신전력으로 높은 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구축 비용도 낮아 5G 인프라 구축의 핵심 장비로 손꼽힌다. 그동안 LTE 스몰셀 장비 관련 기업들은 매번 발전하는 기지국용 모뎀 칩셋에 맞춰 SW를 따로 개발해야 했다. 보급 후에도 유지보수에 비용이 들고 외국산 의존도가 높아 기술적 부담이 컸다. ETRI는 미국 퀄컴의 5G 스몰셀 모뎀에 국산 SW를 결합하는 국제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기반 지능형 오픈 스몰셀 기술 개발’ 과제로 2018년부터 ETRI와 SK텔레콤, 국산 장비업체인 콘텔라, 유캐스트 등이 참여했다.
스마트팩토리엔 이동형 로봇이 생산라인별 다변화된 공정을 돕거나 패널, 컨트롤러를 이용해 생산 라인을 변경하는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유선통신망이나 와이파이를 활용했지만 유선통신은 한 번 설치하면 위치를 바꾸기 어렵고, 와이파이는 공장 내 장비가 늘어날수록 혼선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ETRI는 KT,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과 협력해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IIoT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5G 표준 규격인 ‘Rel-15’ 기반에 맞는 SW 기술을 개발해 경북 경산의 파일럿팩토리(시험용 공장)에 적용했다. 여기에서 이동형 로봇 제어, 가상현실(VR) 기반 원격 공정 모니터링, 제어기기 간 무선통신 등이 가능함을 보였다. 내년 말엔 대전 ETRI 본원에서 경산 파일럿팩토리를 5G로 연결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할 예정이다.
ETRI는 22㎓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해 버스와 지상 기지국을 연결하는 백홀 통신망을 개발했다. 백홀은 기지국 장비의 데이터 트래픽을 모아 코어망으로 전달해주는 통신망이다. 전파 에너지를 특정 방향으로 모아주는 ‘빔 포밍’ 기술과 여러 개의 빔을 제어하는 ‘빔 스위칭’ 기술을 이용해 주파수 신호를 더 멀리 보내면서도 여러 방향으로 퍼지도록 만들었다. 자체 테스트 결과 최대 2.4Gbps의 전송속도가 나왔다. 오는 26일 중부내륙고속도로 시험 구간에서 초고속 와이파이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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