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은 앞으로 15% 이상의 탄소배출 절감이 가능한 기업에만 투자할 것입니다."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탄소배출량과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가 장래의 수익성으로 연결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9일 세계경제연구원과 KB금융그룹이 '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슈워츠먼 회장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 전문가다. 1985년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였던 피터 피터슨과 블랙스톤을 창업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 그룹으로 키웠다. 운용 자산은 5710억달러 규모다. 대체투자 분야에 강점이 있다.
슈워츠먼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향후 글로벌 경제와 투자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블랙스톤의 시각을 공유했다. 그는 올해 연말 백신 개발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 전망했다. 무역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 중인 미국과 중국은 결국 상호 공존하는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비재무적 요인을 투자에 접목하는 ESG를 투자 뿐 아니라 조직의 경영 측면에서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대응에 성공한 국가로 꼽히는 한국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비췄다.
기조연설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슈워츠먼 회장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인터뷰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4일 이뤄졌다. 다음은 전 이사장과 슈워츠먼 회장의 일문일답.
▷미국 대선과 관련해 조금 여쭙고자 한다. 특히 미국 대선과 상원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나.
"일단 인터뷰를 하는 시점에선 결과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둔다. 이번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몇 개의 주에선 개표와 관련해 소송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상원의 경우엔 의석의 과반이 공화당이 차지가 되고, 미국 하원은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만 자리는 조금 내어줄 것이라 본다.
흥미롭게도 이번 선거는 의석 변경이 있는 파동 선거가 벌어지면서 민주당이 미국의 방향을 재편할 것이라 많이들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상원이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기 때문에 (바이든이 승리하더라도) 연립 정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분단된 정부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한 정당이 장악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만큼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유일무이하게 코로나에 잘 대응했다. 그 결과 경제도 잘 회복했다. 미국 경제도 반등하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과 마찬가지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는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연말 연초 즈음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허가가 이뤄질 것이다. 2021년 말이 되면 백신을 원하는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 정도에 세계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현재 많은 국가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글로벌 이슈가 바로 미중 관계다. 그레이트 디커플링(Great Decoupling)이라고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앞으로 미래에 미중간 디커플링 현상이 미국 대선 이후에 어떤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나. 미중 관계에 실질적인 변화 있을 것이라 보나.
"미중 디커플링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가속화된 부분이 있다. 미국이 관세 측면에서 공정한 거래의 장을 원하게 되면서 디커플링은 발생했다. 중국은 40년간 발전을 거듭했다. 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달러였던 국가가 지금은 인당 1만 1000달러의 국가로 성장했다. 엄청난 성장이다. 한국도 한국전쟁 이후 괄목한 성장했었다. 중국 역시 그 과정에 있다.
일반적으로 급속도로 성장 할 때 개발도상국들은 관세 장벽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을 성장시킨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에 대해 서양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세계에서 경제력이 2번째로 큰 국가인데 그만큼 스스로 변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양 국가처럼 개방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은 인당 GDP가 6만 달러인 국가고 여전이 중국은 1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며 '나중에는 바꿔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중국 입장에서 보면 성숙 단계의 서양 국가처럼 개방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갈등의 요소가 발생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기술 분야.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자국민 통제를 위해서 대대적인 방화벽 기술을 사용해왔다. 미국은 이런 기술에 대해 중국에 상당한 기술을 공급했다. 미국이 공급한 기술로 중국이 성장한 것인데, 이런 기술은 개방성을 전제로 한다. 기술에 대한 개방성을 확보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미국이 중국에 기술을 공급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기술 분야갸 미중 갈등의 큰 요인이 된 이유이고 앞으로 해결 가능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중국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의 35~40%를 차지한다. 때문에 양 국가가 사실상 분리될 수는 없다. 둘 다 경제가 너무 크기 때문에 디커플링은 의미가 없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 국가가 원하는 부분과 자국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타협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가 관건이다.
차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의회 자체는 중국에 대한 태도를 크게 바꾸진 않을 것이다. 물론 민주당 정부는 트럼프 정부에 비해선 온화한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대중 정책과 중국에 대한 입장이 혁명적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공존의 해법 찾을 것이라 본다. 두 나라는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 전세계적인 표준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그들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점점 환경보호와 사회가치창출, 바람직한 거버넌스 등 ESG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SG 개념은 10년 전부터 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가속화되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투자 의사 결정에 ESG가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물리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대적인 자연재해가 미국에서 잇따라 전례없는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계의 기온이 증가하고 있고,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할까가 문제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도 할 일이 있다. 블랙스톤은 지난주 블랙스톤이 인수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사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탄소 배출량을 15% 감축할 수 있는 곳에만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의 투자 요구 조건이 늘어난 것이다. 탄화수소와 전력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수익성을 늘려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소득 불평등도 중요한 이슈라고 보고 있다. 블랙스톤은 더 다양한 배경의 학생이 재학 중인 학교들을 채용 풀에 넣어 인재군을 확대했다. 리쿠르팅 대상 대학교의 수가 5년간 4배 가량 증가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 다양성 증진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 수는 50년 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5년 전만 해도 블랙스톤 애널리스트의 15%만이 여성이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여성들이 금융권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우린 대학교 2~3학년 때 여학생들이 블랙스톤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학생들은 금융권이 그들 생각처럼 그저 무서운 곳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신입사원의 40~50%가 여성이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투자 기업의 거버넌스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투자 및 인수하는 모든 기업이 거버넌스 측면에서 이사의 3분의 1 이상이 다양한 소수 인적 집단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관점이 발전의 기회를 부여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투자의 우선순위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다. 코로나 이후 투자 전략이나 유형이 어떻게 바뀌었나,
"블랙스톤에선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우리가 테마 투자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자산이든지 좋은 동네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살 때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투자 세계에서 좋은 동네라고 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실체적인 위험이 위험이 없는 곳을 말한다.
요즘 우리는 기술 분야를 주로 본다. 현재 고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들이다. 우린 아직 벤처투자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해 투자하지 않지만 기술 기업들이 성장하고 있기에 향후 괜찮은 분야가 될 수 있다. 헬스케어, 생명과학, 쇼핑 등 분야도 주목하는 분야다.
온라인 쇼핑 트렌드에도 주목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꼭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만이 온라인 쇼핑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성장 산업은 그 배경에 지원 서비스들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블랙스톤은 전 세계에 걸쳐 10억 제곱피트에 달하는 물류창고를 매입했다. 어느 지역인지에 따라선 그 나라에서 1~2위의 점유율을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을 위해선 고객에게 배송할 상품이 있는 창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이 증가할 수록 물류센터의 가치는 높아진다. 우린 이런 메가 트렌드가 일어나는 분야를 찾고, 간접적으로 그 트렌드를 투자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지금과 완전 다를 것이다. 테마파크 산업을 예로 들면 이 산업은 일단 반등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블랙스톤은 상당히 큰 테마파크 산업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시정지된 모드의 회사라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떠오를 분야의 경우,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 좋은 조건에 인수해 기다리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최근 자서전 격인 책 '투자의 모험'이 출간됐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어떤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나.
"나는 단순하게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나는 금융 뿐 아니라 비영리 회사,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는데,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성공하고 꿈을 이루는 방법,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방법, 상상하고 야심찬 꿈을 꾸는 방법, 좋은 투자를 하는 방법, 급성장하는 분야에 투자를 하는 방법,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채용할 때 인재를 고르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 등등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사람마다 '젊을 때 알았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싶은 것들이 있다. 내 경험을 통해 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성공을 이루고 실패는 적어지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런 측면에서 나의 25가지 원칙을 통해 내가 50년간 배운 것을 들어보면 독자들의 자기 계발에도 도움이 되고 지금보다 더 능력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한국의 코로나 방역에 대해 정말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진 국가들은 대부분 실패한 코로나 대응에 성공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 말씀은 한국 투자를 더욱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되겠나.
"블랙스톤은 이미 한국에 17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 한국 기관들과의 파트너쉽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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