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 코로나 확산에도 30여년만의 최고치 이유

입력 2020-11-09 14:01   수정 2021-02-07 00:03


지난 6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19.95(0.91%) 오른 24,325.23로 거래를 마쳤다. '버블경제' 끝무렵인 1991년 11월13일 이후 29년만에 최고치다. 9일 오후 1시6분 현재 닛케이225지수는 605.09(2.49%) 오른 24,930.32에서 거래돼 25,000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난주 닛케이225지수는 5.9% 올라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선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고 미국 대선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SMBC닛코증권은 "주식시장이 미국의 대선 결과보다 전세계 경기순환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 결과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에서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증시가 뒤늦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쿠쓰 마사시 SMBC닛코증권 수석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과거 미 대선 전후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면 선거결과가 단기적으로 주가를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순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선행지표인 미국 ISM제조업구매자지수와 S&P500지수의 전년비 증감율 그래프가 거의 일치하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을 때도 주가는 대부분의 예상을 깨고 크게 오르는 '트럼프 랠리'를 연출했다. 경기가 선거 전 바닥을 치고 회복세에 접어들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의 경기순환도 2016년과 거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대선 전날인 2일 발표된 10월 ISM제조업구매자지수는 59.3으로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56.0)도 크게 웃돌았다.

대선 결과가 요동치면서 며칠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선거와 의회 선거를 싹쓸이) 트레이드'→'트럼트 트레이드'→'비(非) 블루웨이브 트레이드'로 정신없이 바뀌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숨가쁜 움직임에 따라 업종별 등락이 엇갈렸을 뿐 주가지수는 일관되게 크게 올랐다.

미 대선 이후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증세마저 실현되지 않으면 매수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공약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짓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증세가 실현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주식의 움직임을 1주일 가량 늦게 뒤따르고 있는 일본 주식의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변수는 24,000저항선이다. 지난 3년간 닛케이225지수는 24,000선을 돌파한 직후 급락하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닛케이225지수가 조만간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찮다. 반면 이번 상승세가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카가미 료타 JP모간 수석 주식 스트래티지스트는 "글로벌 투자가의 상당수가 일본 주식에 대한 평가의견을 '비중축소(underweight)'에서 '중립'으로 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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