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전용 84㎡기준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은 '문수로2차 아이파크'. 한경DB
'울산의 대치동'으로 통하는 남구의 문수로 2차 아파트 전용면적 84㎡(34평형)가 지난달 10억원을 넘어섰다. 울산에서 10억원대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인천을 제외한 전국 5대 광역시가 모두 30평형대 '10억 클럽' 시대를 열게 됐다.
앞서 광주에서 2018년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고 대구·부산·대전이 차례로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이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시중 유동자금이 지방 광역시로 대거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비규제지역인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등을 필두로 지방 광역시 집값이 치솟자 정부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올해 1월 이 단지가 7억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10개월 사이에 5억원이 오른 셈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조사에서도 집값 상승률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의 주간 매매가격변동률은 지난 9월 21일 이후 줄곧 0.2% 이상 상승했다. ‘울산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남구는 지난달 월간 1.95% 상승해 대구 수성구(2.48%)와 부산 수영구(2.07%), 부산 해운대구(2.02%)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울산 K공인 관계자는 “내년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셋값이 치솟았고, 치솟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지난달 월간 전셋값 상승률은 1.16%를 기록해 세종(1.26%) 다음으로 높았다.
울산을 마지막으로 최근 1년 사이에 전국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전용 84㎡ 아파트 최고가는 모두 10억원을 넘겼다. 2018년 11월 광주 남구 봉선동 ‘봉선3차한국아델리움’ 전용 84㎡가 11억 1100만원에 거래돼 지방 광역시 가운데 처음 10억을 돌파한 뒤, 대전 유성구 ‘도룡SK뷰’ 전용 84㎡(10억1000만원, 2019년 12월22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롯데캐슬스타’ 전용 84㎡(10억 547만원, 2019년 12월 18일), 대구 수성구 ‘힐스테이트범어’ 전용 84㎡(10억4000만원, 2019년 11월) 등이 모두 10억원을 돌파했다.
광역시 중에선 인천만 아직 10억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대방디엠시티’ 전용 84㎡가 지난 6월 9억 9970만원에 거래돼 조만간 ‘10억 클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은 지난 7월 ‘새뜸마을 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84㎡가 11억원에 거래돼 1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때문에 당분간 시중 유동성이 경기도를 포함한 지방 유망 지역으로 몰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경기도 김포에서 ‘힐스테이트 리버시티1단지’ 전용 114㎡ 분양권이 10억 271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는 등 대출·세제 규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비규제지역에서 집값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투기적 수요에 따른 아파트값 급등락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광주 봉선동 아파트는 지난 2018년 11억1100만원에 거래됐다가 지금은 2억원이 떨어진 8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며 “실거래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지역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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