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혜 꼼수?…10년 지난 특허 '신기술' 지정한 국토부

입력 2020-11-09 15:09   수정 2020-11-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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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의 건설 신기술 제도가 사실상 건설사들의 '공사 수주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년도 더 지난 유사 기술을 신기술로 지정하고 서류 조작을 걸러내지 못하는 등 정부의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다.

9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 신기술 지정(제899호)을 받은 '개구단면 박스거더 공법(약칭)'은 지난해 소송에서 패소해 특허가 취소된 기술(제948358호·제974459호)과 거의 같은 기술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술은 2008년에 특허를 받은 뒤 10여년 간 건설 현장에서 건설특허로 인정받고, 기술 소유 건설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각종 공사를 따는 데 활용했던 교량건설 관련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특허소송 결과 특허법원으로부터 '진보성 없음' 판단을 받아 특허 등록이 취소됐다. 해당 기술이 '목적의 특이성과 효과의 현저성이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 의원은 "의미가 없다고 취소된 특허와 유사한 기술을 정부가 버젓이 신기술로 지정한 것"이라며 "(건설사가) 특허 취소 이후 수의계약이 어렵게 되자 10년도 더 된 과거 특허 관련 기술을 일부 변형해 우회적 신기술 지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기술(제899호)의 신기술 지정 신청서를 보면 소송 및 분쟁 현황 항목에 '해당 사항 없음'으로 표기돼 있다. 신기술 지정에 도움이 될 부분은 상세히 기재하면서 문제가 될만한 특허소송 사실은 전혀 없는 것처럼 꾸몄다고 이 의원실은 보고 있다. 의원실 측은 "특허와 신기술 지정을 위한 전담업체를 끼고 신기술을 마치 사냥하듯이 지정받은 것"이라며 "국토부의 건설 신기술 지정이 공사 및 사업 수주 편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2018년 한 대형 건설사가 소유한 발파기술 역시 핵심서류 누락과 서류조작 등 문제가 드러나 신기술 지정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성적서는 원본이 누락된 채 분석 결과만 기록돼 있어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로 제출됐다. 원가 계산서는 발파에 사용되는 폭약 등의 단가를 시세보다 싸게 적용해 경제성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신기술을 지정받은 경우 지정이 취소된다.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건설신기술 제도가 허술하게 관리되면서 사실상 기업들이 공사 입찰 특혜를 누리는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허 관리가 특허청 소관이라는 이유로 국토부에서 건설 신기술 및 특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의원은 "신기술 개념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 같은 '꼼수' 신기술 지정으로는 국토과학기술을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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