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그룹이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현대차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최대 10억달러(약 1조1350억원) 규모로, 현대차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배권을 넘기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협상이 중간에 깨질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언제나 다양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분사해 1992년 설립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3년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년 7월 소프트뱅크에 팔렸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로봇 ‘스팟’으로 유명한 업체다. 스팟은 키 84㎝, 무게 25㎏의 네 발 로봇이다. 네 다리로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기도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부터 스팟을 임대 방식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공급해 왔다.
한번 충전에 90분간 작동할 수 있고, 화물 탑재 능력은 최대 14kg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위해 스팟을 활용하기도 했다.
스팟은 건설 현장부터 원격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팟에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우선 스팟에 사람의 손처럼 쓸 수 있는 팔을 제공해 문을 열고 물건을 집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 관련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스팟의 팔은 단순한 하드웨어 이상"이라며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을 갖추고, 태블릿 등을 통해 동작이 제어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팟은 현재까지 출시된 4족 보행 로봇 중에 자타공인 최고 수준 제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 제품을 유튜브 등을 통해 처음 공개했을 때 한마리 스팟이 문을 열어주고 다른 스팟을 들여보내는 등 실제 동물과 같은 움직임 때문에 화제가 됐다. 댓글에는 "섬찟하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을 보는 것 같다"거나 "눈에서 빨간 빛을 내면 무서울 것"이라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또 스스로 충전할 수 있는 '도크'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로봇청소기 '룸바'처럼 스팟은 특별한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도크로 돌아와 재충전을 하게 된다. 석유 굴착이나 방사선 위험 구역 등과 같은 환경에서 유용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최근 롭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를 인용해 지난 9월 이래 스팟이 260대가량 판매됐다고 전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앞서 올해 6월 스팟을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에 기업 등을 대상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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