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7월 말 116가구에 대해 1순위 청약을 받은 경북 문경시 ‘문경역 지엘리베라움 더 퍼스트’는 청약자가 한 명뿐이었다. 116가구를 모집한 이 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1명만 신청해 크게 미달됐다.
아파트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지역별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집값에 이어 전셋값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감에 휩싸인 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이 저렴한 분양시장에 한꺼번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반해 ‘7·10 대책’ 발표 이후 지방 중소도시의 주택 청약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결국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10일 한국감정원의 인터넷 주택청약 사이트 ‘청약홈’을 보면 이달 초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을 받은 ‘과천 르센토 데시앙’(S5·394가구),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S4·458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S1블록·192가구)에 각각 18만5288명, 19만409명, 10만2693명이 청약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에 분양한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 일반공급도 약 11만명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별공급 신청 인원 약 3만명을 더하면 감일지구 청약에만 총 14만명이 통장을 던졌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청약 열기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일반공급은 평균 경쟁률이 405대1에 달했다. 모집 지역에 따라 최고 151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꺼내들고 분양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분양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단지들이 상한제로 인해 신축 아파트 시세의 50~60% 수준일 정도로 가격이 저렴한데다가 전세난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 실수요자들의 손길은 미분양 아파트에도 뻗치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설사들 사이에서 ‘미분양 무덤’으로 통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분양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집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인천의 미분양 주택은 414가구로 전년 동월(839가구) 대비 60% 넘게 줄었다. 검단신도시 미분양이 쌓여 있던 지난해 6월(3632가구)과 비교하면 1년 3개월 사이 미분양이 90% 가까이 사라진 것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경북 경산시에서 분양한 ‘경산하양 금호어울림’은 615가구를 모집했지만 1순위 청약자가 70명에 그쳤다. 2순위 청약자도 26명에 크쳤다. 경남 밀양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e편한세상 밀양 나노밸리’도 560가구 모집에 192명만 청약해 1순위에서 미달됐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세종, 제주를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총 33개 아파트 단지가 청약을 받았다. 이 가운데 70.0%인 23곳이 1순위 청약에서 미달됐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크게 높인 ‘7·10 대책’ 발표로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간 청약 양극화가 뚜렷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 비인기지역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적체가 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시장에서도 적신호가 켜졌다. 6·17 부동산 대책에서 비규제지역에서 규제지역이 된 경기도 평택, 양주에서는 청약경쟁률이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뚝 떨어지거나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평택에서 1순위 접수를 받은 ‘e편한세상 지제역’은 1517가구 모집에 1.6대1 경쟁률 기록했다.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해 2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다. 지난해 말 인근에서 분양했던 ‘지제역 더샵 센트럴시티는 1순위’에서 3.2대1로 마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양주의 T공인 대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편입되면서 청약 자격과 대출 자격 요건이 훨씬 까다로워진 데다 전매제한도 강화되면서 주택 수요층이 얇아졌다”며 “다주택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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