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발로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10여분 만에 파행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해 "저런 사람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9일 2021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성추행이 성교육 학습교재라면 음주와 살인은 생명존중 학습교재란 말이냐"며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 여가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정재 의원은 "인정할 수 없는 장관을 상대로 1조 2000억원 상당의 여가부 예산을 심사할 수 없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춘숙 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앞서 이정옥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치러지는 내년 보궐선거에 대해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역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당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정말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 진정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한민국 여가부 장관이 맞느냐"고 지적하자, 이 장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오거돈 전 시장 피해자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며 "주변에 피해 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가 있나"라고 반발했다.
이어 "저 소리 듣고 오늘 또 무너졌다. 영상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앞서 박원순 전 시장 사건 관련 공식 입장문에서 피해자를 '고소인'이라고 표현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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