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들여오는 데 최장 1년 걸릴 수도"

입력 2020-11-10 16:14   수정 2020-11-11 13:11


"일본 등에서 검사에 통과한 백신을 한국에 들여올 때 또 검사를 합니다. 코로나19 백신 들여오는 데 1년 걸릴 수 있습니다." (줄리엔 샘슨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 사장)
"자동차 '자발적 리콜'에 대한 과징금은 과도합니다." (김홍중 메르세데스 벤츠 대외협력부 상무)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10일 '2020 규제 백서'를 공개하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ECCK 관계자들은 정부에 "145개 규제 개선 과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ECCK는 360여 개의 유럽 및 국내외 기업을 회원사로 보유한 단체다. 2015년부터 매년 한국의 규제 실태에 대한 백서를 발간해왔다.

ECCK 백서를 통해 "자동차의 자발적 리콜 관련 과징금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자발적으로 시정조치를 하는 경우엔 '감경' 해달라는 것이다. ECCK는 "자동차제작자의 자발적 시정조치는 소비자 보호조치의 일환이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며 "자발적 시정조치에 대해서 감경없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제작사의 결함 개선을 위한 자발적 노력으로의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관련 규제 개선 제안도 나왔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초과 실적의 이월 및 미달 실적의 상환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온실가스 제도와 비교해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ECCK의 지적이다. ECCK 관계자는 "정부의 목표는 중장기적으로 저공해자동차의 보급 대수를 특정 수준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며 "초과 실적 이월 및 미달 실적의 상환에 대한 허용은 각 자동차 판매사별로 사업계획안에 따른 저공해자동차 판매 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분야에선 수입 절차 상 '중복 테스트'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의약품 안정성에 대한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품질 시험을 통과한 백신이 한국에서 또 품질시험을 거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샘슨 사장은 "코로나19 시대에 신약, 백신을 수입하려고 할 때 중복 시험을 하게 된다면 들여오는데 최장 1년까지 걸릴 수 있다"며 "속도와 안전성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로 개선을 해달라"고 말했다.

화학분야에선 물리적인 위험성이 없는 물질에 '화학사고 예방 계획서 작성' 등 의무가 부과되는 점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식품분야에선 "포장용 플라스틱 재질을 폴리프로필렌, 재활용폴리에틸렌까지 확대해달라"는 주장과 "천연향료와 인공향료의 표기 구분을 없애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디어크 루카트 ECCK 회장은 "한국에선 규제가 이해관계자 대상 의견 수렴 없이 빠르게 변경되는 사례가 있다"며 "외국기업의 지속적인 장기투자를 유도하려면 정부가 적절한 기업환경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하이더 ECCK 총장은 "국제표준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외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중요하다"며 "9대 경제강국인 한국이 국제표준 수립에 대해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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