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당선인 첫 행보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형식 자문단을 발표하고, 첫 공식 행사에선 미국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촉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마스크를 쓰는게 필수적”이라며 “국민 여러분에게 마스크 착용을 간청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7일 대선 승리를 발표한지 만 이틀만에 처음으로 나선 공개 행사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백신이 광범위 공급되기 전까지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고, 미국에서 추가 사망자가 20만명은 더 나올 수 있다”며 “미국은 여전히 매우 어두운 겨울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미국이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어 “내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듭해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마스크 착용”이라며 “여러분과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마스크를 써달라”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쓰라는 얘기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코로나19 자문단은 13명으로 구성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을 지낸 비벡 머시,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케슬러, 예일대 내과 조교수인 마르셀라 누네즈 스미스 등 세 명이 공동의장을 맡는다.
애툴 가완데 하버드 의대 교수,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 센터장, 셀린 가운더 뉴욕대 그로스먼 의대 조교수도 기용됐다. 미국에서 가장 큰 보건관련 자선기구인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줄리 모리타 부회장도 발탁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글로벌 에이즈 조정관이었던 에릭 구스비 캘리포니아 의대 교수, ‘오바마케어’로 잘 알려진 건강보험개혁법(ACA) 설계 주역 중 하나인 에제키엘 에마누엘 펜실베이니아대 의학윤리보건정책학부장,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난해까지 국가안보회의(NSC) 의료·생체방어 준비팀을 이끈 루시아나 보리오 미 외교협회 세계보건 수석위원도 참여한다.
TF 명단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안에 반대했다가 한직으로 밀려난 뒤 사직한 릭 브라이트 전 보건복지부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도 포함됐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게임체인저’라며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방안에 반대했다가 ‘인사 보복’으로 국립보건원(NIH)으로 전보 조처됐다며 지난 5월 내부고발장을 제출한 인물이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앞서 NIH에서도 무증상자와 취약계층에 집중해 검사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가 거부당했고, 해당 업무에서 배제돼 ‘원치 않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브라이트 전 국장의 자문단 합류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는 대비되는 방향으로 코로나19를 대처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인수위는 코로나19를 경제 회복, 인종 차별 문제, 기후변화 등과 함께 ‘4대 우선순위’ 사안으로 지정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미 전국 ‘코로나19 상황판’을 만드는 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1001만8278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미 인구조사국 기준 미국 전체 인구(3억2820만명)의 3%가 넘는다.
미국은 누적확진자 900만명을 넘긴지 불과 열흘만에 확진자 100만명이 더 나왔다. 누적사망자 수는 23만7742명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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