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가 급증하자 가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발해 투자금을 빼내는 신종 사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사기꾼들은 유명 증권회사의 계열사 직원이라고 속인 뒤 높은 한도의 대출과 거래수수료 인하 혜택을 줄 것처럼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가짜 HTS를 이용하게 만들고 주식 투자를 할 때 자신들의 계좌로 돈을 받아 빼돌리는 수법을 쓰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 HTS는 피해자가 투자한 종목 대부분에서 손실이 난 것처럼 보여주게 프로그래밍됐다. 자신이 투자를 잘못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여긴 피해자들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돈을 더 입금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로부터 반복해서 돈을 편취하는 구조다.
지난해 중순 가짜 HTS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프로그래머 김모씨(60)는 “유명 증권사 직원이라는 상대방이 4000만원을 줄테니 원하는 대로 주식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했다”며 “관리까지 해주면 월 3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안을 살펴보니 명백한 사기라는 생각에 거절했다고 한다. 김씨는 “HTS상의 주가를 임의로 조작 가능하게 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10일 전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가짜 주식 프로그램 운영자 두 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14일 검찰에 송치했다.
개인투자자 최모씨(50)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6개월간 총 45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자신이 사용한 HTS가 가짜라는 걸 깨닫고 입금한 계좌 소유주와 사기단체 총책을 지목해 관할 경찰서에 고소했다. 최씨는 “거래 계좌를 검색해 보니 대포통장 알바를 모집하고 있는 계좌와 같아 수상하다 느꼈다”고 했다.
최씨는 ‘레버리지/FX마진 가상거래 사기 피해자들의 모임’ 네이버 카페를 개설해 피해자 22명을 모았다. 이들이 입금한 법인계좌 명의자 100여 명을 지난 3월 말 서울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 2차 단체 고소도 이번주 안에 접수할 예정이다. 최씨는 “1, 2차 고소를 다 합쳐 피해 규모만 60억원이 넘는다”며 “피해를 인지한 사람이 적어 실제 피해액은 훨씬 클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호선 변호사는 “정상 주식 거래를 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경우에 따라 소액의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하기도 한다”며 “고도의 지능적 사기 수법을 통해 지속적 기망과 편취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디지털 폰지사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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