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백신의 임상 결과가 기대 이상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종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하지만 안전성과 효능 지속 기간 등이 입증되지 않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국내에 백신이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임상 참여자 4만3538명 중 두 차례 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은 3만8955명이다.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뒤다.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이 지나서다. 코로나19 백신은 2회 투여해야 면역력이 생긴다. 임상 참여자 가운데 코로나19에 노출돼 확진된 사람은 94명이다. 다만 화이자는 확진자 가운데 가짜약이 아니라 백신을 맞은 사람이 몇 명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화이자는 이르면 이달 말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상 3상에 진입한 백신 후보는 모두 10개다. 영국에서 임상 3상 중인 노바백스도 이날 FDA로부터 신속심사(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임상 3상 결과를 연말 내놓는다. 내년 1월 공급이 목표다. 모더나는 지난달 임상 3상 참여자 3만여 명 중 2만5000여 명에게 두 번째 접종을 마쳤다. 국내에선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 세 곳이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임상 1상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FDA는 백신 접종 후 2개월 이상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한 뒤 EUA를 내주기로 했다. 화이자가 공개한 중간 결과는 백신 2회차 접종 뒤 7일 이후 효능을 분석한 것이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임상) 중간 결과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최종 임상 결과를 봐야 안전성, 면역력 지속 기간, 고령자에 대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하 70도 수준에서 운송해야 한다는 조건도 까다롭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영상 2~8도에서 보관하는 독감 백신도 유통 과정에서 손상됐던 상황에서 영하 70도 초저온냉동 유통망을 전국에 구축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일반인 접종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화이자는 올해 5000만 회분, 내년 13억 회분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엔 최대 2500만 명이 접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과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투여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선 내년 하반기께 백신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mRNA 백신 공급은) 콜드체인 등 상당히 복잡한 준비 과정, 정교한 시뮬레이션과 반복적인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며 “내년 2분기 이후 (국내 공급) 시점이 확보되면 진행하겠다”고 했다.
반면 노바티스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일라리스’의 임상 3상에서 효능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항체치료제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바이러스 감소 효과 등을 확인하고 임상 2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로 국내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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