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업계, 드라이아이스 '공급 비상'

입력 2020-11-10 17:59   수정 2020-11-18 15:41

“드라이아이스(고체 탄산) 좀 구할 수 있나요.”

충남 서산에 있는 탄산 제조업체 덕양에는 이같이 묻는 전화가 1주일에 수십 통씩 온다. 이 회사만 그런 게 아니다.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동광화학, 신비오켐, 한유케미칼 등 전국 10여 개 탄산 제조사에도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답변은 하나같이 “죄송합니다”로 끝난다. 선도화학 관계자는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기존 거래처 주문에 대응하기에도 물량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코로나발(發) 원료 급감
탄산(CO2)을 고순도로 압축해 만드는 드라이아이스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공급이 확 줄어든 가운데 수요는 늘고 있어서다. 탄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수급난이 있었던 1980년대 이후 이렇게 심한 수급 불균형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11월은 선선한 날씨 영향으로 수요가 줄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전례 없는 수급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탄산은 석유화학회사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거나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들 공장 가동률이 전년 대비 20~40% 하락하면서 탄산 공급이 확 줄었다.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공장에서 지난 3월 발생한 폭발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는 봄이나 가을에 정비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장이 쉰다”며 “A공장이 쉬면 이 공장에서 탄산을 사는 제조사들이 B공장에서 탄산을 공급받는 제조업체로부터 탄산을 재구입하는 식으로 서로 협업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동률 자체가 낮아진 가운데 롯데케미칼 공장 사고까지 터지면서 생태계에 금이 갔다”는 설명이다.
코로나로 수요는 ‘껑충’
공급은 줄었지만 수요는 늘어났다. 공급 감소를 초래한 코로나19가 수요 증가 원인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재택근무 확대로 배송 수요가 늘면서 드라이아이스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9월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배달음식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91.1% 증가한 1조6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신선배송 시장에 뛰어든 것도 드라이아이스 수요에 기름을 부었다.

이처럼 수요가 늘었지만 탄산 제조사들은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마다 저장탱크가 수십 개씩 있는데 탱크가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탄산 제조사가 액체 탄산을 줄이고 고체 탄산 생산을 늘리는 게 한 방법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공업용으로 쓰이는 액체 탄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액체 탄산은 반도체 세정뿐 아니라 최근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업에도 두루 쓰인다.
잇따른 가격 인상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만큼 가격은 오름세다. 태경케미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드라이아이스 가격(㎏당)은 2018년 430원, 2019년 484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550원으로 상승했다. 액체 탄산 가격이 지난해 연평균 ㎏당 158원에서 올해 상반기 161원으로 1.8% 오른 사이 드라이아이스 가격은 같은 기간 13.6% 뛰었다. 지난달 일부 업체가 탄산 공급 가격을 올린 데 이어 11월에도 가격 인상을 준비 중인 제조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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