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 있는 탄산 제조업체 덕양에는 이같이 묻는 전화가 1주일에 수십 통씩 온다. 이 회사만 그런 게 아니다.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동광화학, 신비오켐, 한유케미칼 등 전국 10여 개 탄산 제조사에도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답변은 하나같이 “죄송합니다”로 끝난다. 선도화학 관계자는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기존 거래처 주문에 대응하기에도 물량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수급난의 직접적인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탄산은 석유화학회사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거나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들 공장 가동률이 전년 대비 20~40% 하락하면서 탄산 공급이 확 줄었다.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공장에서 지난 3월 발생한 폭발 사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체는 봄이나 가을에 정비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장이 쉰다”며 “A공장이 쉬면 이 공장에서 탄산을 사는 제조사들이 B공장에서 탄산을 공급받는 제조업체로부터 탄산을 재구입하는 식으로 서로 협업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가동률 자체가 낮아진 가운데 롯데케미칼 공장 사고까지 터지면서 생태계에 금이 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수요가 늘었지만 탄산 제조사들은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마다 저장탱크가 수십 개씩 있는데 탱크가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탄산 제조사가 액체 탄산을 줄이고 고체 탄산 생산을 늘리는 게 한 방법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공업용으로 쓰이는 액체 탄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액체 탄산은 반도체 세정뿐 아니라 최근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조선업에도 두루 쓰인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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