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치인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윤석열 총장이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조사대상에 포함된 이후 처음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 대해 조사해 11일 발표한 결과, 윤 총장의 지지율은 24.7%로 나타났다.
이낙연 대표는 22.2%, 이재명 지사는 18.4%로 2·3위를 차지했다. 이어 무소속 홍준표 의원 5.6%,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4.2%, 정의당 심상정 대표 3.4% 순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은 보수 정당 지지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62.0%, 국민의당 지지자의 31.9%가 윤 총장을 선택했다.
지역별로는 충청(33.8%)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이 나타났다. 이어 부산·울산·경남(30.4%)와 대구·경북(27.3%)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31.8%)과 18·19세를 포함한 20대(25.5%)에서 높게 나타났다.
2위를 차지한 이낙연 대표는 호남(56.1%), 강원권(36.8%)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47.4%)에서 가장 높았고 정의당이 17.0%로 뒤를 이었다.
3위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는 40대(30.3%)와 50대(24.3%), 인천·경기(24.3%)와 대구·경북(19.8%), 열린우리당(62.1%)과 더불어민주당(31.1%)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방식(유선전화면접 23%, 무선 ARS 77%, 무작위 RDD추출)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길리서치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달 윤석열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사용하고 "검찰을 정치의 늪으로 끌고 들어왔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윤석열 총장이 지난 6월 첫 야권 1위를 차지했을 때도 직전 추미애 장관의 잇따른 '총장 때리기'가 영향을 미쳤다.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이게 다 윤석열캠프 추미애 선대본부장의 공"이라고 비꼬았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 6월 윤석열 총장이 본인의 지휘를 따르지 않아 코로나19 방역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자신이 공문으로 압수수색을 지시했으나 검찰이 제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 사태도 윤석열 탓이라고 한다"면서 "윤석열 총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냐"고 추미애 장관을 비판했다.
윤석열 총장 지지율이 상승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민주당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에 총공세를 펼쳤다.
또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국정에 개입하는 정치 행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검찰개혁을 좌절시키려 했던 정권 흔들기용 정치 수사를 되풀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하며 "'검찰의힘' 당대표 수준"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윤석열 총장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100%"라고 단언했다.
윤석열 총장은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에 진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장성철 소장은 "윤석열 총장은 작년에 비슷한 질문이 나오자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1년 만에 답변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며 "윤석열 총장은 이번에도 그런 질문이 나올 것을 당연히 예상했을 거다. 특히 '퇴임 후 국민에 봉사'라는 표현은 정치인이 주로 쓰는 용어로, 준비된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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