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사진) 일본 내각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1호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향후 국제 관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관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스가 총리는 가까운 시일 내 바이든 당선인에게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달할 전망이다.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인이 정식 취임한 후 2월에 방미를 타진할 방침이다.
스가 내각은 버락 오바마 전 정권 당시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캐럴라인 케네디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정권의 관방장관 시절 대사를 지낸 케네디와의 인맥이 있다.
스가 총리는 케네디가 대사 재임시 한달에 한번 꼴로 함께 회식을 가졌다. 케네디가 대사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했다. 스가 총리가 2019년 5월 관방장관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케네디는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스가 총리는 한자로 '레이와(令和·일본의 연호)'가 쓰여진 케이크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특히 신문에 따르면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 선거 며칠 전 스가 총리에게 "바이든을 소개하겠다"고 제안했다. 케네디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로 미국 민주당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정권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였던 커트 캠벨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경우 일본엔 긍정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캠벨은 1996년 미·일 신안보 선언 마련 작업에 관여한 미국 내 대표적인 지일파 인사다. 차관보 당시 일본을 너무 자주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도 퇴임 이후 자주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및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가 국무장관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분위기다. 라이스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재직할 당시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대표적인 인물이어서다.
집권 자민당은 미국 공화당에 비해 민주당과의 연결고리가 약한 것이 외교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당시 총리였던 아소 다로 부총리는 외국 정상 중 가장 먼저 만났지만 공동발표 하나 없이 실무적인 내용만 교환하고 헤어졌다.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취임한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당시 미국 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짧은 시간을 제시하면서 사전 교섭에 애를 먹었다.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도 미일간 통상마찰이 심해지면서 정상회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국무부 주요 보직에 공석이 계속되며 혼선이 있었던 것과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오랜 국정운영 경험과 폭넓은 외교안보 인재 풀로 정권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 중심 외교를 했다면 바이든 행정부에선 무게중심이 국무부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무부의 카운터파트인 일본 외무성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일본 역시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한 이후 외교정책의 무게중심이 총리 관저에서 외무성으로 바뀌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