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진 의원 “바이든 캠프, 햇볕정책 취지 좋지만 결과는 실패”

입력 2020-11-11 14:14   수정 2020-11-12 15:36


박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11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캠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바이든 캠프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며 종전 선언은 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정부의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문제에 대한)진단은 트럼프 행정부와 거의 비슷하지만 처방은 달라질 것”이라며 “일방적인 관세폭탄 등을 앞세운 무역 전쟁 대신 ‘경쟁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바꾸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외교관 출신의 중진(4선)의원으로 “바이든 당선인과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김 전 대통령 생전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 당시 (발언)취지는 순수했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캠프는 햇볕이 결국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갔다고 본다, 실패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위로 갔다’는 표현에 대해 “북한에 제공한 물질적, 경제적 지원이 인민들에게 가지 않고 지도부로 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추진해 온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바이든 캠프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며 종전 문제는 급하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관계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박 의원은 2008년 7월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당선인을 독대할 당시를 회상하며 “미중관계는 봉쇄(containment)가 아닌 개입·관여(engagement)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던 바이든의 말이 기억난다”며 “무역보조금, 지적재산권과 같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나 5G(세대) 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선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 보건, 북핵 등 분야에선 협력 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중 무역 기조가 완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미중 관계의 변화 조짐에 대해 그는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Re-engagement’라는 표현을 쓰고 있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국내 기업들에 대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 등 일부 중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한 사례를 예로 들며 “(바이든 정부에서도)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운 입장”이라며 “동남아, 남미, 중동 등으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다변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발표에 대해서도 “(친환경 규제는)기업에 부담이 될수도 있지만 글로벌 트렌드”라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간다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 미국, 일본 등 삼국 관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감정에 치우친 외교를 지양하고 실용적인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일부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정했다. ▷같은당 정진석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과 박 의원과의 관계를 “워싱턴에서 만나서 독대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라고 했는데.

“2008년 7월 종로 3선의원으로 외통위원 시절 우리 국회의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으로 만나서 환담한 사실이 있다. 상원외교원장 실에서 만났는데, 화기애애하게 여러 관심사를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얘기를 나눴나.
“당시 한미, 미중 관계,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을 두루 얘기했다. 본인의 거취 문제를 이야기한 것도 기억나는 대목이다. 성품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 ”
▷본인의 거취라고 하면.
“당시 바이든 의원은 35년 관록의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다.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를 할 수 있고 미국의 주요 외교정책에 대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나이가 스무살가량 어린 초선 상원외교의원 (버락 오바마)으로부터 부통령직을 제안받고 고민하고 있었다. 바이든이 사실상 오바마 의원의 정치적 '멘토’(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거절한 것으로 안다. ‘대통령은 역시 빨리 도전하는 게 좋다’는 덕담도 건네더라.”
▷시기는 대략 언제쯤이었나.
“2008년 7월말이었다. 부통령 제안은 6월에 받고 8월 하순에 바이든이 부통령직을 수락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담인데 부인(질 바이든)과 아들들이 적극 찬성했다고 들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바이든은 부통령 또는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했는데, 미국의 국무장관은 수시로 해외를 드나든다.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은 자리다. 바이든은 가족사랑이 깊은 분이다. ”
▷바이든 당선자의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나.
“한국을 수차례 방문했고, 미 상원에서 위원장을 세번 지내고 외교업무를 36년간 맡았다. 한반도 안보 환경, 북한 정세에 대해 미국 정치인중 그 누구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최고의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서두른다.
“종전 자체 에 반대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러나 현실적인 환경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없는 종전 선언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면 오히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반도 안보를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리뷰하면서 종전 문제를 급하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우선순위는 북한의 비핵화다. 엄격한 원칙을 세우고 북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핵폐기를 추진하는 정책이 수립될 것이다. 트럼프처럼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실무협상 위주의 바텀업 방식의 로드맵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협상도 낙관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후보는 한미 양국이 방위비를 절반씩 공평하게 부담하고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처럼 방위비 분담금을 갑자기 5배로 올리거나 방위비 협상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쓰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방위비 협상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압박을 통해 북의 자발적 핵포기를 유도하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전략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략적 인내를 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실질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사실을 바이든 당선인이 잘 이해하고 있다. 전략적 인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대선 토론에서도 ‘핵능력 축소에 동의하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 보다는 유연한 자세다.”
▷문재인 정부는 미북 정상이 우선 만나 비핵화를 논의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있었나. 오히려 북한핵능력은 증강됬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 (SLBM), 방사포 등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지 않았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접근법이다. ”
▷바이든 정부의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바이든과 대화 당시 ‘미중관계는 봉쇄(containment)가 아닌 개입·관여(engagement)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불공정무역, 지적재산권 침해, 미국과 경쟁하는 5G 등 첨단기술 분야에선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대처, 보건협력, 북핵문제등 다른 분야는 협력 기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시대의 미국우선주의와 ‘일방적인 봉쇄’ 전략에서 바이든시대의 동맹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경쟁과 협력’ 으로 바뀐다. 어제 아침 국회에서 있었던 한미일 삼국 의원 화상회의에서도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입장을 설명하면서 재개입,관여 ‘Re-engagement’라는 표현을 쓰더라.”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하더라도 미중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데.
“기본적으로는 미중갈등관계가 지속될거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캠프는 중국에 대한 진단은 비슷하지만 처방은 다르다. 바이든 캠프도 중국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해외로 국력을 팽창하고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등 서구사회가 주도해온 질서와 규범을 위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처럼 일방적인 관세폭탄과 ‘차이나배싱’을 통해 중국과 적대적인 무역전쟁 또는 신냉전으로 가는것은 모범답안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Re-engagement’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선택적이고 입체적인 ‘경쟁과 협력’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동맹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된 접근법이다.”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략적 접근과 다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화웨이 거래금지 조치로 삼성,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 (반도체) 거래를 끊고 판매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화웨이 문제로 인한 손해가 중국에 대한 경제적의존을 줄이고 새로운 수요자와 시장개척을 위한 계기가 될수있다. 위기와 도전의 기회가 함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 중앙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지역의 포텐셜(잠재성)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일본과 관계는 어떻게 되나.
“바이든은 아태지역에서 중국견제를 위해 한국, 미국, 일본 삼국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일 관계는 지금 바닥이다. 이것은 양쪽에 다 손해다. 일본에 새로 스가 정부가 섰고 미국에선 바이든 시대가 열렸다. 차제에 우리도 방향을 다시 설정해서 ‘친일청산’을 앞세운 감정외교를 지양하고 일본에 대한 실용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일 삼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 안보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경제적으로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지각변동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대처능력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의 정치, 외교적인 큰 변화의 파도가 닥쳐오고 있고 일본의 스가 정부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아직 상황 적응이 안되고 충분한 준비가 안돼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맹목적인 종전선언 집착등 현실과 동떨어진 북한편향적 접근방식으로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균형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바이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햇볕정책은 그(김대중 대통령) 당시 취지는 순수했을수 있다. 하지만 햇볕이 결국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갔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걸 바이든 캠프도 잘 이해하고 있다. 바이든 참모들은 레토릭이 아니라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설득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아래가 아니라 위로 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햇볕정책은 지속적으로 햇볕을 쬐면 (북한이) 두꺼운 외투를 벗고 양지로 나온다는 가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북에 제공한 물질적, 경제적 지원이 인민들에게 가지 않고 북의 지도부로 갔다. 그 온기가 위로 갔다는 의미다.”
▷바이든 당선인도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식하나.
“바이든 캠프 내부에서 그동안 대북정책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하고 나름대로 전략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기업에 부담이 될수도 있지만 (친환경은) 글로벌 트렌드다. 기업들도 이 문제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탈원전을 하면서 해외 원전수주를 하고 탄소중립으로 간다는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다. 신재생 에너지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민간원전산업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탈원전은 한국경제의 재앙이 될 수 있다.”
▷바이든 캠프의 참모 중 주목해야 할 인물은.
“국무장관 1순위 후보가 안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부통령 안보보좌관도 역임했다. 국방장관 후보는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거론된다. 2009년 6월 서울에 올때 만나서 한미동맹 현안들을 논의한 적이 있다.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도 핵심 참모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유엔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밝다. 예전부터 소통을 해온 분들이다.”
▷서울시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데.
“항상 하는 얘기지만 나 개인보다는 선당후사(先黨後私)다. 좋은 경쟁력있는 후보가 나와서 이겨야한다.”
▷김종인 위원장 체제가 흔들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선이 끝나고 반년이 지났지만 우리 당은 지금도 위기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에 대해 실망한 중도표심을 아직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진정성있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 창당, 야권연대를 주장하는데.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어떤 분이든 당에 들어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현재 당 체제를 바꾸거나 신당을 만든다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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